- 문화예술계 검열, MB때보다 늘어나.
- 박정희, 군부 독재 문제에 특히 민감해.
- 국가기관 행정관료들이 적극적으로 검열
- 지원제도 이용해 예술가 활동 조건 억압.
- 좌파? 비판 불편해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
- 예술 작업으로 정부 비판 이어갈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5년 12월 4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원재 소장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 정관용> 박근혜 정부 들어서 문화예술계의 검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한 2년여 사이에 20여 건이 넘는다고 그래요. 급기야 예술 검열 반대와 문화민주주의를 지키는 문화예술인 만민공동회. 이런 모임까지 만들어졌네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죠.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의 이원재 소장입니다. 이 소장님 나와 계시죠?
◆ 이원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훨씬 늘어났습니까?
◆ 이원재> 글쎄요. 거의 박빙 수준인 것 같은데요.
◇ 정관용> 박빙이요?
◆ 이원재> 아마 전체적으로는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주요 사례를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시면요?
◆ 이원재> 아마 벌써 이야기하면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실 정도일 텐데요. 2013년에 천안함 프로젝트 기억나실 겁니다. 극장에서 상영이 중단되는 논란이 있었고요. 그 이후로 국립현대미술관 개관작품에서도 임옥상 작가의 작품이 빠지는 사태가 있었고요. 그다음에 2014년에 또 현대문학이 박정희 전 대통령 유신과 관련된 내용을 묘사했다는 소설들의 연재를 중단하는 등 계속 사실은 박근혜 정부 들어온 다음부터 박정희 대통령 문제라든지 기존의 군부독재 문제라든지 표현의 자유의 문제에 대한 검열이 사회적으로 넓어져왔고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최근에는 급기야 국립국악원에서 공연이 중단되기도 하고 또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들이 계속 검열받기도 하고 국회에서는 도종완의원실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검열이 일어나는 굉장히 처참한 상황입니다.
◇ 정관용> 지난달에도 관련 인터뷰를 저희가 한번 내보낸 적이 있어요. 서울연극제 기간에 공연을 방해한 세월호 참사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이런 이유로.
◆ 이원재> 네. ‘이 아이’ 공연이었죠.
◇ 정관용> 그랬었죠. 말씀 들어보니까 현대문학의 경우는 연재하던 소설의 연재를 중단했다, 맞습니까?
◆ 이원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연재라는 건 쭉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하다 말았어요?
◆ 이원재> 서정인 작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13년 12월에 월간 ‘현대문학’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유신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제하, 정찬, 서정인 소설가의 소설의 연재를 중단했었죠.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해 주는 사회분위기 그런 것들이 지금 박근혜 정부의 오히려 그런 검열의 맥락, 사회적인 상황 이런 것이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과거 이명박 정부 때보다 박근혜 정부 때에 이런 검열의 새로운 특징 같은 게 있습니까?
◆ 이원재>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텐데 일단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박정희 전 대통령, 박정희 유신체제, 군부독재에 대한 사회적 검열이 많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고요. 두번째로는 사실은 우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민주화가 진행되고 문민정부가 생기면서 사실은 정치적인 검열이 많이 사라졌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굉장히 직접적인 정치 검열이 오히려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거죠. 마지막으로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들어서 이런 검열들이 표현물들을 1차적으로 검열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부 기관들, 예를 들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든지 아니면 국립국악원이라든지 이런 국가기관의 행정관료들이 적극적으로 검열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표현물에 대한 검열을 막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제도를 이용한다든지 이런 예술가들의 어떤 활동조건들을 억압하는 그런 구조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 정관용> 문화예술기관들은 각종 지원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인들한테 많은 실질적인 자금을 또 지원하지 않습니까?
◆ 이원재>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이런 검열 같은 걸 거쳐서 조금 마음에 거슬리는 작품을 하거나 이런 사람들은 지원대상에서 빼버립니까?
◆ 이원재> 그렇죠. 최근에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소위 말하는, 다 공개된 문서입니다마는 ‘좌파적출’이라는 문서를 공개해서 큰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는데요. 사회적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사실은 공공연히 또 많이 밝혀진 사실도 많습니다만 그런 박정희 대통령이나 박정희 유신체제를 비판한 작품들 혹은 세월호처럼 박근혜 정부의 어떤 정치적인 부담이 있는 작품들이 직간접적으로 배제되거나 그래서 최근에 논란이 많이 된 것이죠.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사실은 지난 한 20년 사이에 예술정책에서 사실 그냥 기본적으로 민주국가라면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 굉장히 상식적인 게 자리 잡아 왔었는데 그게 파괴되고 있는 것이죠. 원하는 것만 지원하겠다, 이런 거겠죠.
◇ 정관용> 그런 검열을 하는 주체도 굉장히 여러 곳이겠군요? 지금 쭉 말씀만 들어봐도 문화예술위원회, 국립국악원 또 부산영화제도 논란이 됐었고. 그렇죠?
◆ 이원재>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현대문학이라고 하는 그냥 문학 관련 잡지도 그런 당사자가 되고. 어떻습니까? 검열 주체를 뭐라고 딱 특정할 수 있나요?
◆ 이원재> 검열의 사유화라고 볼 수 있죠. 제가 보기에는. 제일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 주신 겁니다. 어떤 거냐면 지금 말씀하신 기관이 사실 그 기관 자체를 검열기관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런 억압적인 구조 안에서 공공기관 안에 공무원이라든지 행정관료들이 스스로 권력에 대한 어떤 눈치를 보면서 자기 검열을 넘어서 예술작품들을 검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 한 기관만이 아니라 검열 자체가 굉장히 사회화되는. 그래서 요즘에 말하는 문화예술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의 목표는 문화융성이 아니라 검열융성이다’라는 이런 얘기를 하고 있죠.
◇ 정관용> 게다가 그런 식으로 검열한 후에 지원대상에서 빼버리고 막 이런 일이 벌어지면 상당수의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위축되지 않나요?
◆ 이원재> 물론입니다. 예술, 특히 한국사회처럼 공공지원의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예술가들은 그 지원사업 하나가 자신의 1년의 작업 조건이나 환경이 되는 건데요. 당연히 그런 것들을 다 자신의 의지로 밝혀내면서 싸우고 또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예술가를 개인의 몫으로만 맡길 수는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이런 것들이 오히려 공공지원에서 보호되어야 될 영역인데 반대로 공공이 오히려 거꾸로 이런 문화행정기관들이 예술가들의 약점들을 혹은 그런 취약한 부분들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활용하는 것이고 제가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검열을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 검열이라고 인지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 것들이 우리는 그래서 늘 말하는 게 오해다. 그런데 사실은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행정기관들의 문화예술기관의 검열이 있었는데 이걸 대부분 공식적으로 다 오해이거나 검열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오해면 잘 설명하면 되는데요. 설명할 수 없죠. 왜냐하면 검열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문책으로 끝나고 담당직원의 문책으로 끝나는데 이것은 담당직원 개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자체의 문화정책이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가만히 있는 분들이 아니잖아요. 뭐 하나 논란거리만 생겨도 성명서 내시고 1인 시위하시고 사회적 화제가 된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그 기관으로 봐서는 어쨌든 껄끄러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상황이 싫을 것 아니겠어요?
◆ 이원재> 그런데 더 심각해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뭐냐면 예술기관들이나 사회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존중감 자체가 이런 과정에서 계속 퇴색돼 왔다는 것이죠. 지금 박근혜 정부 전체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어떤 사회적인 가치의 존중과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고 있는 기관들의 독립성에 대한 보장이라든지 존중감 이런 것들이 그냥 권력 중심으로 무시돼 버렸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가들의 어떤 사회적 목소리라든지 이런 것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국가의 예술위원회에서 검열문제가 발생돼도 그것에 대해서 어떠한 자정능력이나 성찰이나 반성이 없는 그런 무기력감들이 확산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검열 같은 행위를 하다가 또 문화예술인들이 반발해서 시위도 하고 또 언론에서 막 대서특필하고 그래도 저러다 말겠지 하고 넘어간다 이거죠?
◆ 이원재> 그리고 더 나아가면 이런 일들이 무감각해지는 거죠. 그래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혹은 이런 게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냐. 우리는 그런 능력이 없다라는 어떤 전문관료들 그 다음에 공공기관 전문가들의 어떤 사회적인 윤리, 사회적인 책임의 문제들도 무너지는 거죠. 왜냐하면 자기들도 권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걸 합리화하는 그런 것들이 보편화되는 것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 정관용> 혹시 이 정권의 핵심부나 이런 쪽에서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에는 좌파들이 너무 많다. 우리 역사교과서 논쟁에서도 보면 현대사 연구하는 사람들 90%가 좌파다, 이런 얘기를 공공연히 하지 않습니까?
◆ 이원재> 네.
◇ 정관용> 똑같은 맥락에서 현재 우리 문화예술계에 좌파가 너무 많다. 이들의 활동영역을 축소시켜야만 이 나라가 건전해지고 추후 선거나 이런 데서도 지형이 올발라진다. 이런 사명감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에요?
◆ 이원재> 그런 사람들도 상당히 있을 수 있겠죠. 물론 제가 그런 걸 다 조사하지 않았습니다마는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예술을 예술로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자꾸 어떤 정치적인 보수나 진보의 논리 이런 걸로 자꾸 공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거기에는 말씀하신 그런 논리들이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예술이라는 게 삶을 깊게 들여다보고 또 세상을 깊게 들여다보다 보니까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삶의 과정이 되는데 그런 것들이 늘 권력이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예술을 자기들이 볼 수 있는...
◇ 정관용> 좌파란 표현이 좀 뭐하긴 합니다마는 예술인이라면 원래 삐딱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 이원재> 그게 원래 예술이 인간사회에서, 인류사회에서 사회에 미쳤던 가장 좋은 가치이고 존재이유였겠죠. 그런데 그런 것들을 불편해하는 것이 저는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런 걸 불편해하는 사회적 코드가 확산되다 보면 결국은 예술 전체의 생명력이 줄어드는 것 아닐까요?
◆ 이원재> 물론입니다. 이미 지금 그래서 문화예술계에서 많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 최근의 검열사태의 하나의 또 다른 특징은 뭐냐 하면 그렇게 굉장히 좌파적이거나 정치적 이데올로기화 된 것들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사실은 예술계 안에서도 그렇게 정치적이지 않은 분들도 그런 대상들이 되어 버렸고 그러다 보니까 문화예술계가 전반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검열구조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은.
◇ 정관용> 어떻게 하시렵니까? 급기야 문화예술인 만민공동회까지 만드셨는데 어떡하시렵니까?
◆ 이원재> 예술가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남기는 것들이거든요. 아마 새누리당이 집권 이후에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많이 침해됐고 국제적으로도 그런 권고를 많이 받았는데요. 이런 것들을 아마 예술가들이 수많은 작품으로 남기는 것들을 기본적으로 할 거고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실 내일도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면서 예술작업들을 가지고 예술행동을 하겠다라고 선언하고 있는 중입니다.
◇ 정관용> 내일 2차 민중집회에도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하신다?
◆ 이원재> 네. 그래서 많은 예술인들이 지금 참여할 계획이고요. 그리고 그 예술가들이 소수 예술가들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참여를 할 것이고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시민들이랑 국민들이 더 알려내고 또 그런 걸 기록해 내고 우리의 권리를 또 예술가들께서 열심히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 활동을 해야겠죠.
◇ 정관용> 내일 2차 민중집회 같은 데 참여하시는 문화예술인들 다 이름 적히고 또 이런 예술탄압 이런 걸 작품으로 남기시는 분들 또 다 이름 적히셔서 지원대상에서 다 빠지면 무엇으로 먹고 사시려고 그러세요?
◆ 이원재> 지난번에 만민공동회 때 한 예술가가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박근혜 정부에 처음으로 검열을 당했던 분인데 그때는 너무 외롭고 두려웠는데 지금은 괜찮답니다. 너무 많아서. 그래서 아마 지금 예술가들의 상황은 그런 것들을 또 함께 알려내고 예술의 권리를 찾으면서 풀어야 될 것 같습니다. 피하고 감출 문제는 아닌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혼자라면 먹고 살기도 힘들지만 숫자가 늘어나면 또 먹고 사는 방법이 찾아지는 거죠.
◆ 이원재> 네.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국가지원 보이콧 하자’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지금 상황들이 박근혜 정부가 좀 더 반성하고 성찰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예술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들이 벌어지겠죠.
◇ 정관용> 예술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이런 사태만 빚어지지 않게 잘 좀 버텨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원재> 네.
◇ 정관용>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이원재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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