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의 김효범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전주 KCC는 'BIG 5'를 보유했다. 국내 최장신(221cm) 센터인 하승진을 필두로 전태풍, 김태술, 리카르도 포웰, 안드레 에밋으로 이어지는 5명의 명성과 기량은 어느 팀의 베스트5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압도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2015-2016시즌 개막 전부터 KCC를 향한 시선에는 늘 우려가 섞여 있었다. 우려가 현실이 될 때도 많았다.
그러나 KCC는 최근 들어 안정세에 접어든 느낌이다. 정규리그 3라운드에서 6승3패를 기록했고 3라운드 마지막 4경기를 연승으로 장식했다. 시즌 전적 16승11패로 4위에 올라있다. 공동 1위인 고양 오리온과 울산 모비스(이상 19승8패)와의 승차를 3경기로 좁혔다. 2위 안양 KGC인삼공사(17승9패)와는 1.5경기 차.
KCC 농구에, 특히 공격에서의 밸런스가 잡힌 덕분이다. 'BIG 5'의 위력을 끌어올린 요소를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5명에서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전문 슈터로 거듭나고 있는 김효범의 공헌도 무시할 수 없다.
KCC는 정규리그 2라운드까지 위력적인 외곽 부대를 갖춘 팀은 아니었다. 에어볼 난사로 팬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때도 적잖았다. 2라운드까지 18경기에서 기록한 3점슛 성공률은 30.4%, 리그 8위였다. 반면, 시도는 평균 22.5개로 리그 3위였다. 많이 던졌지만 많이 빗나갔다. 공격의 효율이 좋을 수가 없었다.
모든 팀에게 마찬가지겠지만 3점슛은 공격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스페이싱(공간 창출)'이 강조되는 현대 농구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지난 시즌 팀의 전체 야투(2점슛+3점슛) 시도 가운데 3점슛 시도 비율이 높았던 4개 구단(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휴스턴 로켓츠, 애틀랜타 호크스)들이 나란히 양대컨퍼런스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KCC에는 골밑 전진형 선수들이 많다. 에밋과 포웰은 외곽슛보다 돌파를 선호하는 선수들이고 전태풍 역시 슛보다는 돌파를 먼저 생각하는 테크니션이다. 하승진도 있다. 골밑이 북적거린다. 외곽에서 한방을 터뜨릴 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수비도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몰린다.
그런데 김효범이 살아나면서 KCC의 내외곽 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1라운드에서 3점슛 성공률 35.0%를 기록한 김효범은 2라운드에서 39.1%를 기록하더니 3라운드 9경기에서는 43.3%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KCC의 특성상 성공률만큼이나 시도 횟수도 중요하다. 김효범은 3라운드 경기당 6.7개를 던져 2.9개를 림에 꽂았다. 3라운드 평균 3점슛 성공 부문에서 서울 SK 김선형(7경기 평균 3.0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부상에서 돌아와 안정된 볼 배급을 하기 시작하면서 김효범 효과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김효범이 상대 수비로 하여금 골밑 수비에 '올인'할 수 없도록 하는 외곽의 변수가 된 것이다. 김효범의 존재는 골밑이 놀이터인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나 든든하다.
또 김효범의 3점슛 대부분은 어시스트가 동반된 야투다. 팀의 어시스트 개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효범은 올 시즌 KCC의 총 3점슛 시도 가운데 25.6%를 자신이 던졌다. 김효범보다 팀내 3점슛 시도 비율이 높은 선수는 서울 삼성 임동섭(33.5%), 서울 SK 드워릭 스펜서(27.4%), 원주 동부 두경민(27.0%), 고양 오리온 문태종(25.7%) 등 4명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