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절차가 허술한 틈을 타 무려 25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억대 돈을 챙긴 사기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출사기조직 3개를 적발해 총책 김모(61)씨와 모집책, 자금책 등 3명과 다른 대출사기조직의 총책 1명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또, 이들로부터 불법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고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이모(50)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또다른 대출사기조직 총책과 브로커를 지명수배했다.
대출사기조직에 거짓 임대차계약서에 들어갈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받은 100여 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 까지 소규모 영세업체에 건당 100만원씩 주고 거짓 재직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위조된 문서를 은행에 제출해 서민전세자금 25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대출이 성사되면 실제로 빚을 갚아야하는 서류상 임차인이 대출금의 40%를 가져갔고 대출금이 입금되는 통장 소유주인 임대인은 건당 200만원 정도로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전세자금 대출제도는 시중은행에서 서민에게 임대차 보증금의 70∼80%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무담보로 대출금의 90%를 보증한다.
검찰은 은행입장에서 대출금에 문제가 생겨도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심사만 하고 대출을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불법 대출을 받은 한 사람은 자기 명의의 집 한 채로 2014년 6월에는 지번 주소로 6천300만원을, 8월에는 도로명 주소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불법으로 서민 전세대출을 받은 7∼8명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가 확인됐다.
검찰은 마약투약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면서 모발 채취 검사를 벌였는데 필로폰 성분이 검출돼 최근 마약을 투약한 것을 확인했다.
그밖에 마약류 전과가 있는 다른 사람도 전세대출 사기 혐의로 달아나다 검찰에 붙잡혔는데, 소변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김 부장검사는 "필로폰을 투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일정한 수입이 없기 때문에 불법으로 대출받은 전세자금으로 마약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불법 전세자금 대출자들도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전체 대출금의 상당부분은 변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