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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명 경찰청장 "조계종 총무원장님의 약속인데…"

사건/사고

    강신명 경찰청장 "조계종 총무원장님의 약속인데…"

    한상균 위원장 체포 연기 경찰의 고심은?

    9일 오후 한 위원장이 은신하고 있는 조계사 주변에 대한 경찰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불법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검거 작전이 전격 연기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중재안' 제시가 결정적이었다.

    경찰 수뇌부는 고심 끝에 조계종의 책임있는 입장을 수용하고 10일 정오까지 체포영장 강제 집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 체포 임박…급박했던 조계사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9일 한 위원장이 은신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입구에서 경찰이 경내 진입을 막아선 스님을 끌어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경찰은 9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서울 조계사에 경찰력 1000여명을 배치하고 본격적인 한 위원장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조계종 스님들과 종무원 200여명이 관음전 앞에서 '인간띠'를 잇고 경찰의 진입을 저지했지만 경찰은 1시간 뒤인 4시30분쯤 한 위원장이 은신 중인 조계사 관음전 출입구 두 곳을 확보했다.

    이후 건물로 투입될 한 위원장 검거전담 형사들 100여명도 속속 관음전 앞으로 집결해 체포영장 집행이 거의 임박하는 듯했다.

    이때 출입구에서 관음전 진입 결정을 기다리던 검거 전담팀의 무전기로 들려온 내용은 "잠시 대기" "잠시 대기"

    상황을 모르는 형사들은 어리둥절했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마련된 상황실은 분주히 돌아갔다.

    조계종 최고 어른인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30분 뒤인 오후 5시쯤 기자회견을 열 것이란 소식이 현장 정보관들을 통해 속속 보고됐기 때문이다.

    한상균 위원장 검거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경찰 수뇌부들은 자승스님이 어떤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지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조계사 검거전담팀에 "잠시 대기 모든 상황 중단" 지시가 떨어진 것.

    오후 5시.

    자승스님이 조계사 100주년 기념관 1층 로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로 몸을 피신한 이후 상생과 원칙을 가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오늘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갈등해소가 아니라 또다른 갈등을 야기하는 것, 종단은 경찰에 공식적으로 집행을 보류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더이상의 갈등은 종단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 이에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주길 바란다."

    ◇ "총무원장의 약속인데 지켜보자"

    약 2분간에 걸친 자승스님의 중재안 발표가 끝나자 경찰 수뇌부는 바빠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보국장과 수사국장, 경비국장, 박재진 대변인, 각 기능 과장들을 불러모아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약 30분에 걸친 회의에서 강신명 청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을 검거하는 것은 법질서를 수호하고 공권력을 확립하는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조계종의 가장 큰 어른이신 총무원장이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약속한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회의에 참석한 참모들도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나섰으니 내일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오후 5시30분.

    조계사 현장에 나가 있는 검거전담팀과 12개 중대 경찰 8000여명에게 "내일 정오까지 작전을 연기한다"는 지시가 각 지휘관을 통해 동시에 전달됐다.

    ◇ 10일 정오, 검거작전 분수령

    경찰이 조계사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잠정 중단한 9일 오후 남대문경찰서에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사 강제 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한상균 위원장 검거를 위한 다각적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8일 오후에는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24시간 내에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한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 강제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또 "그동안 조계사측과 물밑 접촉을 충분히 했다"며 "24시간 내에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조계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내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압박했다.

    다만 강 청장은 "만약 한 위원장이나 조계사의 책임있는 스님이 한 위원장 거취 문제와 관련해 결단을 내리면 진입 작전을 유보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이 9일 오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긴급 '중재안'을 수용한 것은 조계사 내 책임있는 스님의 약속을 무시하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신명 청장은 검거작전 연기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 출석 또는 신병인도 조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엄정하게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불교나 조계종과의 관계가 아닌 법질서 수호와 공권력 확립 차원의 엄정한 사안"이라며 언제든지 검거작전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밤 긴급 회의를 소집하면서 민주노총의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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