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안 의원이 13일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윤성호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야권이 분열해 표 경쟁에 나서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은 어려운 형국에 놓이고 이 결과가 2017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파동을 통해 야권의 가장 유력한 예비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문에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면서 “정권교체는 그 시작이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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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어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신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신당에 합류할지에 대해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면서 즉답을 피하고 내년 총선에 나갈지에 대해서도 같이 대답했지만 이미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오는 15일에는 부산을, 17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지지자 등과의 간담회 형식의 대화를 통해 탈당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내에서 아직 후속 탈당선언이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가 혁신작업을 가속화 하고 현역의원 평가를 강행할 경우 당무감사에 불응한 황주홍 의원과 유성엽 의원 등을 시작으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생길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렇게 되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중인 호남신당과 함께 야권에 정당들이 추가로 만들어 지면서 내년 20대 총선에서는 여당 하나에 다수의 야당이 경쟁하는 형국이 만들이 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야권이 분열돼 1與 대 多野 구도가 되는 상황에서 총선거가 치러질 경우 야권필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위기감이 야권에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상층부의 연합구조가 깨지면서 하부구조의 균열이 나오는 문제라 총선승리의 불꽃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한 확실한 새로운 동력을 성공적으로 만든다면 모르지만 이런 상태로라면 총선에서 야당이 심각한 패배를 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당이 180석 이상을 얻을 수도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정치가 그렇게 완벽하게 한쪽에 몰아준 적은 없기 때문에 섣불리 그렇게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안 전 대표의 “총선을 겨냥한 제스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야당 지도부 마비’를 규탄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현안브리핑에서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입장이 무엇이든 왜 선거를 앞두고 갈등을 노골화 하느냐”며 “내년 20대 총선을 겨냥한 야권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는 있지만 또다른 정치적 제스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접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야당의 분열상을 보면서 웃을수만도 없는 것이 드라마를 쓸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당도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어떻게 ‘헤처모여’가 진행될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전남 강진에서 칩거중인 손학규 전 고문 등의 행보와 어떻게 연결될 지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과 넉달 남은 20대 총선에서 이와같은 야권의 분열상은 총선 판도를 힘겹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이런 판도에서 치러진 총선의 결과는 고스란이 2017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로 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은 전날밤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탈당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나가면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아 있는 문재인 대표는 문 대표대로 또 당을 떠나는 안 전 대표는 안 전 대표대로 리더십과 정치적 입지에 생채기를 입어 야권으로서는 유력한 대권주자를 동시에 잃는 일이라는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면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야권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