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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명성은 양날의 검…스스로 검열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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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명성은 양날의 검…스스로 검열해서는 안돼"

    [노컷 인터뷰] 최민식이 말하는 '대호'와 마음가짐 그리고 영화

    영화 '대호' 주연배우 최민식이 11일 오후 서울 부암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는 호랑이를 닮았다. 짙은 혼이 담긴 눈빛도, 어딘지 모르게 묵직한 아우라도.

    최민식은 단순히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영화가 성장한 역사와 함께 해오며 자신의 족적을 꾸준히 남겼다. '대호'는 그가 41번 째로 출연하는 영화다.

    '다작'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나와도 그의 존재감은 확고히 변하지 않는다. 연기는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이나 다름없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를 버티게 한 힘은 아마 '가치를 지키고자 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최민식은 결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칭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드보이'가 가진 금기를 검열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고백은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배우라는 직업에 임해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정도 '고수'가 됐으면 조금 경계할 법도 한데, 최민식은 자신을 둘러싼 포장을 뚫고 인간적인 모습을 내보이길 두려워하지 않았다. 툭툭 튀어나오는 솔직함과 허심탄회한 고백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위치가 아닌, 쉬이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그를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끊임없이 진정성을 찾고, 소통하길 원하는 배우. 그래서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배우 최민식과의 일문일답.

    ▶ 영화 '신세계'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대호'로 다시 만났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 박 감독이 가진 아티스트적인 마음가짐이 좋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이번 작업에서는 많이 순해졌더라. 좀 더 영글었다고 할까. 사실 개인적인 인간성이나 캐릭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을 잘하기 위해 모인 거니까 그걸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물론 작품을 잘하기 위해 인성이나 이런 것들이 성숙하고 여유와 깊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소위 말해서 동업자인지 아닌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내가 저 사람과 함께 장사를 해서 이문을 남길 수 있느냐. 그런 문제다.

    ▶ 최근 영화 산업에서는 아티스트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대호'는 다르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

    -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가 '예술가'라는 것만큼 웃기고 촌스러운 것이 있을까. 결과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 해외 영화제를 가보면 유럽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아래로 보는 게 있다. 직접 목격한 건데, 술을 먹을 때도 자기들끼리 먹고 그런다. 그런 현상이 너무 재밌는 거다. 소비자들이 인정을 해주니까, 그렇게 본인들이 예술가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거겠지. 그만큼 결과물로 소통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영화가 굉장히 대중적인 문화 산업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막말로 제가 예전에 배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한 말씀이 있다. '배에 기름이 껴서 딴따라가 되려고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가 도리어 존중하고 응원해주지 않나. 세상이 좋게 변했다. 이렇게 영화나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은 나라가 어디있나. 우리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행복한 거고, 좋은 시절을 만났음에 고마워해야 된다. 그러니까 여기에 부응해 더 다양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오락거리도 보여주고, 진지한 이야기로 화두를 던져서 고민도 하고 좀 그래야지.

    영화 '대호' 주연배우 최민식이 11일 오후 서울 부암동 한 카페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대호'하면 CG 호랑이인 '김대호' 씨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연기를 주고 받을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 결과물에 대한 확신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언론 시사 때까지 가슴에 뭐가 얹힌 것처럼 불안하고 그랬다. 우리가 아무리 좋고, 훌륭한 메시지를 느끼면서 관객들에게 말을 걸어도 '김대호' 씨가 연기를 못하면 꽝이다. (웃음)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다. 이렇게 불안했던 적은 없었는데 그게 해소가 되어서 정말 행복하다. 관객들이 천만덕과 대호의 행위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잘 표현되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스트레스가 계속된다면 하지 말았어야 한다. 즐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정신줄을 놓으면 안되지 않느냐. 그래서 내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게 있다. '대호'가 잘되면 100% '김대호' 공이라고.

    ▶ 그렇다면 '대호'가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 저는 '업'에 있다고 본다. 산에 대한 예의, 생명에 대한 예의랄까. 서로 상반된 짐승과 인간의 입장이지만 대호와 천만덕의 팔자는 참 닮아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절에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더욱 '대호'가 갖고 있는 '산군'이나 자연에 대한 개념이 잘 와닿았던 것 같다. '대호'는 꼭 할아버지들이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같다. 쓸모 없다고 생각해서 창고에 넣어놨던 가치들을 다시 꺼내보는 순간이 아닐까. 인간답지 못한 경쟁 사회에서 잊고 살았던 가치나 미덕을 회복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 면에서 시대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것 같다.

    - 천만덕은 복수를 하지 않는다. 일본군을 향해서 총부리를 겨누고 표출하지도 않는다. '대호'라는 드라마 속에서 천만덕은 탐욕 덩어리들과 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이기 때문에, 그 욕망의 주체가 일본이고, 그것이 항일의 역사로 비춰질 수도 있는데 물론 그런 해석도 무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과는 무관하게 천만덕이 가진 삶의 태도와 결국 그가 욕망을 차단해, '대호'가 인간들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

    ▶ 현장에서 가장 선배이기도 하고, 또 본인이 주인공인 영화이기도 해서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다.

    - 선후배를 떠나서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그 책임감을 나눠갖는 거다. 포수대에 있었던 배우들도 엄청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시사가 끝나고 평이 좋아서 지금 축지법 쓰면서 매일 날아다닌다더라. (웃음) 다행이다. 얼마나 보람을 느끼겠느냐. 우리가 '김대호' 씨가 나오길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정말 '김대호' 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일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 전작 '명량'이 천만 영화이기도 했고, 시대 배경의 느낌이나 캐릭터 특성이 '대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 이것도 인연이다. 만약 전작에 대한 부담이 크고, 그렇게 신경이 쓰였다면 이 불안한 작품을 왜 하겠느냐. 차라리 완전 반대되는 정서의 작품이나 현대물을 하거나 그런 계산을 할 수 있는데 이게 그렇게 마음이 끌리더라. 아직까지는 제 끌림에 따라 움직인 것에 후회는 없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흥행 여부를 떠나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정말 제가 좋아서 한거니까 마음이 편안하다. 잘되면 더 좋고. (웃음)

    영화 '대호' 주연배우 최민식이 11일 오후 서울 부암동 한 카페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아직까지 해외에서는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등 강한 이미지를 남긴 전작들이 인정받고 있다. 뿌듯한 마음도 있겠다.

    - 양날의 칼이다. 그만큼 인정받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우쭐함도 있지만 자꾸 그 이미지가 배우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건 결코 좋지 만은 않다. 그걸 잊고 새로운 이미지와 창작에 집중해주길 바라는데 잔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서 특히 '악마를 보았다'를 좋아 하더라. 그래도 저는 새로운 것을 내놓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최근에 한 영화들은 모두 대중들로부터 '응답' 받았다. 본인의 선택 기준이 어느 정도 대중성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까.

    - 저는 대중의 트렌드를 쫓아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참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올드보이'가 나오기 전에 박찬욱 감독과 임승용 프로듀서와 빼갈을 마시면서 친딸과 이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 상업 영화판에서 누가 돈을 대냐고 이야기가 오갔다. 그런데 화가 나더라. 우리 스스로가 검열하고 통제하면서 앉아 있으니까. 만드는 사람이 자유롭지 못한 것, 그게 제일 심각한 거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실제로 당시에 투자가 되질 않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소재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소재에 매료되어서 열심히 만들고 소통하면 된다. 소재가 이래서, 잘 만들지 못해서 영화가 안 됐다? 그건 소통이 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거다. 만든 사람들은 스스로의 작품에 빠져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았었던 것이고.

    ▶ 이제 50대다. 지금도 멜로를 꿈꾸고 있는 마음은 유효한가?

    - 언제 한 번 격정 멜로 영화를 해보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다들 '격정'이 아니라 '걱정' 멜로라고 하더라. (웃음)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야 되는데. 저는 사랑은 배려라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는 저도 집착을 많이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생사 확인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방식이 옅어지기 보다는 여유가 생겼달까. 다 해봤으니까 얼마나 추접스러운지 안다. 젊을 때 그런 건 젊으니까 용서가 되고, 납득이 되는 건데 나이 먹고 그렇게 추접스럽게 하면 진짜 추접하게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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