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사진=현대캐피탈 제공)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충격이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지난 4월 최태웅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아직 공식적인 현역 은퇴도 하지 않은 베테랑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최태웅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현대캐피탈에 심었다. 다른 팀에 비해 빠른 공격을 펼치고 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16일 삼성화재에게 지긴 했지만, 10승7패 승점 31점으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은 당연히 감독의 역할이다.
여기에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심리치료사(?)로도 변신한다. 서툴지만 스스로 자료까지 마련해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시 잡도록 도와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3일 대한항공전에서 1세트를 따낸 뒤 내리 3세트를 뺏기며 1-3으로 졌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모로즈가 합류한 뒤 첫 경기였다.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현대캐피탈에게는 아쉬운 패배였다.
최태웅 감독은 대한항공전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바로 발레리나의 공연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 이어 발레리나의 발 사진도 보여줬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발레리나의 상처투성이 발 사진이다. 최태웅 감독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다.
최태웅 감독은 "발레리나는 예술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하지만 발 사진도 보여주면서 '훈련은 고통이다. 그 고통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면서 "이제는 부담을 조금씩 주려고 한다. 그 부담을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영상을 보여줬다. '밝고 즐겁게'는 추구한다.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팬들도 중요하다. 단 그것만 강조를 하면 장난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프로의 양면성을 알려주려고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발레리나 영상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는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여주면서 가면 속에 가려진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역할이 서툴다. 어색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