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쟁점법안 관련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된 일정이 아니었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회의에 불참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야가 꽉 막힌 노동관련 5법과 경제관련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 회동을 주선했지만 야당이 불참했고, 여야 정책위의장 간의 물밑 협상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관련 상임위도 공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국회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쟁점 법안이 계류돼 있는 각 상임위 간사들을 불러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불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 의장 주재의 회동보다 각 상임위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건(정 의장 주재 회동) 상임위 중심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필요하면 원내대표가 조정할 일이지 의장이 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식 법안처리 요구는 '총선용 전략'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과거 독재정권이 선거용 '북풍(北風)' 공작을 펼쳤다면 박근혜 정권은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한 '경풍(經風)' 공작을 펼치고 있다"며 "경제심리를 선거에 이용하는 데에서 선거여왕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국민이 바보냐"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쟁점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생법안 처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국회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며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상임위를 풀 가동해 올해가 가기 전 (지난 2일) 합의한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회의장이 국회마비 상태를 풀어줘야 한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쟁점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달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정책위의장을 직접 찾아갔지만, 접점을 좁히지 못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북한인권법 등 3개 법안은 우리당에서 양보하면 절충이 가능하다고 해 내일부터 당장 논의를 시작하자고 했다"면서도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여야 합의가 잘못됐다고 한다"며 "여당이 원하는 9개 법안을 모두 처리하고자 한다면 야당이 원하는 9개 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9개 법안은 여야 지도부가 지난 2일 본회의 처리를 합의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관련 5법(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을 의미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안이 모두 새누리당에서 처리를 주장한 법안임으로 자신들이 요구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과 사회적경제기본법 등 2개 법안에 7개 법안을 더해 모두 9개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2일 같은 식의 합의는 곤란하다"며 "새누리당이 하고 싶은 법안만 있기 때문에 동등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자신들 위주로 생각하든지 욕심을 부리든지 청와대 신호에 따라서 오바한다면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