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의 반인도적 범죄에 따른 국제법적 책임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한일 위안부 협상의 돌파구를 연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인 일본의 법적 책임과 관련,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문제와 함께 국제법적 측면의 2개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종결된 사안이며 다만 도덕적 책임에 따른 인도적 지원 정도가 가능할 뿐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1항에 근거한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셈이다.
반면 위안부 동원의 전시 여성·인권 침해라는 국제법적 견지에서 접근하면 일본의 폐부를 정통으로 찌르게 된다.
일례로 일본의 밀리언셀러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네덜란드 여성도 위안부로 끌려간 이야기가 서구사회에 확산되면 일본에 치명적일 수 있다(지난해 9월 월간지 기고문)고 한 것은 일본의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다.
일본은 위안부 동원의 반인도적 범죄 측면에 대해 기껏해야 당시에는 국제법상 여성·인권 관련 내용이 없다는 군색한 변명 외에 마땅한 대항논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96년 유엔인권위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 쿠마라스와미 보고서(국제법상 의무 위반)나 98년 전시 조직적 강간, 성적 노예 및 이와 유사한 행위에 관한 특별보고관 맥두걸 보고서(인권 및 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등은 위안부 문제의 국제법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4년 6월 열린 제12차 아시아연대회의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당시의 여러 국내법과 국제법에 위반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우리 정부도 이전부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서,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확고한 입장으로 지켜왔다.
이 논리에 따르면 반인도적 범죄의 특성상 한일청구권협정에 기속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법적 책임은 더욱 명료해진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송 때 드러났듯, 한일청구권협정이 재론되는 것에는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본으로선 거부할 게 뻔한 것이다.
일본 보수우익을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의 전날 보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타결 조건으로 한일 청구권협정이 유효하다는 점을 문서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식으로는 위안부 문제의 출로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하지만 '창의적 해법'을 통한다면 상황 타개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일본의 책임은 명확히 하면서도 양측 이해를 최대한 절충할 대안을 모색해온 결과 일본 측과 최종 조율 단계에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일본이 집착하는 청구권협정 문제에 대해서는 각자 편리한대로 해석할 여지를 두는 '그레이 존'(grey zone)을 설정하되 국제법적 책임은 인정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NEWS:right}
국제법적 책임은 역대 일본 총리의 위안부 관련 담화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획기적 의미를 갖게 된다.
기존 담화에선 무라야마 담화(1994년)가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한 문제"라고 했고 고이즈미 담화(2001년)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낸 문제"라는 수준의 언급이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