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이 33세 생일을 앞두고 복합적인 정치적 이유로 대내외적 관심을 받고자 했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부상과 이란 핵협상 등에 가려 상대적으로 세간의 관심에서 밀려났던 북한 핵 문제는 수소탄 실험 발표로 단숨에 지구촌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물론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북한이 강행한 핵실험을 비난하고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하고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새로운 결의안 마련에 착수했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도 세간의 입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했다는 주장에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김정은이 스타워즈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한국전쟁 시기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등의 글을 올리며 조롱했다.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들도 '깡패'(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미치광이'(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과대망상증 미치광이'(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정은을 비난했다.
원색적인 표현이 나오고 있지만 어찌됐든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북한에 집중시키는 효과는 거두고 있다.
WP는 "8일로 33세 생일을 맞는 김정은 입장에서 본다면 축하할 일이 많다"며 "모두가 다시 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핵실험이 김정은의 생일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 점을 주목하면서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생일맞이 축포'를 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권력을 이어받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핵실험 카드를 내민 것은 존재감 과시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존 닐슨 라이트 아시아 프로그램 담당관은 "1960년 이래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정치와 전략적인 자율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개인 지도자의 명성을 높이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어린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을 극복하려 핵실험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김정은은 정권을 틀어진 지 4년이 지나도록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가진 신화적 아우라를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일성은 용감한 반제국주의 혁명가로, 김정일은 '백두산의 아들'로 북한 내에서 알려져 있지만 김정은에게는 마땅한 수식어가 아직 없다.
북한 핵실험이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과 대외 과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 지도부 감시'(North Korea Leadership Watch)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마이클 매든은 "김정은은 그가 가진 카드를 정확히 원하는 곳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미국 주도의 대화 재개를 원해 핵실험 도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트 담당관은 "국제적인 관심을 북한으로 돌려놓음으로써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강요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