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다시 편성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한 데 대해 서울시의회는 '편성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교육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재의를 요구하는 교육청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가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국고로 지원하지 않는 한 의회는 누리과정 유치원 예산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유치원분 예산편성을 거부한 시의회에 예산 재의결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청은 법정 재의요구 시한인 11일에 시의회에 누리과정의 유치원분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접수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공문이 접수되면 시의회 원내대표나 의장단과 상의하고 의원총회도 열어 논의해야겠지만, 의회는 현재로서는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를 받아들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재의는 의결된 안건을 의결기관이 다시 심의하는 것으로, 별도의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안건을 부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의결되는데,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교육위는 물론 시의회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는 유치원분 예산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 여전히 확고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누리과정 어린이집 부분만 정부가 해결한다면 유치원분 예산은 다시 살려서 수정·재의결을 하거나 추경 편성을 통해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년 말 서울시교육청이 편성한 올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천521억원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돼 현재 교육청의 내부 유보금으로 돌려진 상태다.
교육부의 압박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누리과정은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시의회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재의를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이처럼 막판에 교육부의 재의요구 방침에 따르기로 한 것은 실효성이 없더라도 일단은 교육부와의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쨌든 예산 확보가 중요한데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고발전을 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교육청의 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지금까지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계속 미봉책으로 땜질식 대응만을 해왔다"며 "이제는 정부가 나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여권에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등 대화의 장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