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대화 결렬과 '판박이'…"일반해고·취업규칙 계속 갈등 요인"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정부는 '일반해고' 지침 강행 전망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타협 파기가 결정되면 지난해 4월에 이어 1년도 못 돼 노동계가 정부와의 결별을 재차 선언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대화 복귀 가능성마저 거의 없어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11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한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중집은 노사정 대화 결렬이 선언됐던 지난해 4월 중집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도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핵심으로 내세워진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을 철회하라는 한노총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화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대화 결렬 선언을 주도했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노총 내 강경 산별노조들은 이번에도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한노총 내부에서 여론몰이하고 있다.
더구나 중도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금융노조마저 대타협 파기로 급선회함에 따라 한노총 내부의 무게중심이 이미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온건 노조의 반발도 예상되지만,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마저 대타협 파기 선언으로 마음을 굳혀 대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1년 전에도 양대 지침이 노사정 대화 결렬의 주원인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양대 지침을 놓고 노동계와 정부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파국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타협 파기가 선언되면 노동계와 정부는 완전한 결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후에는 '강대강(强對强) 충돌'만이 남게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 4·13 총선에서의 여당후보 낙선운동, 한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투쟁 등이 투쟁전술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대타협이 파기되면 이제 남은 과제는 '쉬운 해고'와 정부·여당의 노동개악을 어떻게든 막는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동개악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더 이상 노동계와의 협의를 기대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동개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조만간 양대 지침의 발표가 예상된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행정지침인 양대 지침은 고용노동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 고영선 차관은 "대타협이 파기되더라도 양대 지침 작성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영계의 의견 등도 참고해 법과 판례의 범위 내에서 양대 지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정부의 극한 대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산업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우려되는데 여기에 노정 대립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