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사진 왼쪽)의 어시스트를 받아 투핸드 덩크를 시도하는 LG 김종규 (사진/KBL)
"덩크 대회 결승에 올라가면 내가 골밑에 서있을게. 그때 나한테 했던 '인 유어 페이스' 다시 한번 해봐"
프로농구 창원 LG의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는 올스타전과 농구 팬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김종규는 1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앞두고 주니어 올스타 팀 동료인 조 잭슨(고양 오리온)에게 이색 제안을 했다. 덩크 콘테스트 외국인선수 부문에 출전한 잭슨이 결승에 올라갈 경우 희생양(?)을 자처하겠다고 제안한 것.
알만한 팬들은 다 아는 장면이다. 잭슨은 LG와의 정규리그 경기 당시 김종규의 블록슛 시도를 뛰어넘는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를 터뜨린 바 있다. 프로농구 역사에 손꼽힐만한 명장면이다.
김종규는 아픔(?)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잭슨에게 그 장면을 재연해도 괜찮다고 허락한 것이다. 잭슨도 "OK"라며 깔깔 웃었다. 그러나 잭슨이 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둘만의 특별 이벤트를 성사되지 않았다.
김종규는 올해 올스타전의 국내선수 부문 덩크왕에 올랐다. 김선형(서울 SK)이 백보드 사이드에 공을 튕기자 공중에서 그 공을 잡아 호쾌한 덩크를 터뜨렸다. 화려한 덩크에 팬들은 아낌없는 함성과 박수를 건넸다.
소속팀이 다른 둘이 언제 합을 맞춰봤을까.
김종규는 "국가대표팀에서 훈련을 마치고 선형이 형과 슈팅 연습을 자주 했다. 슛을 던지다가 서로 한번씩 덩크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 장난삼아 연습했던 덩크다. 언젠가 올스타전에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었는데 그 기회가 이뤄져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김종규는 올해 덩크 콘테스트를 위해 이를 갈았다. 남들은 모르는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규는 "재작년에 덩크 대회에 나갔다가 예선 탈락했다. 그때는 결승에서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를 많이 준비했으나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올해는 예선부터 강하게 나갔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덩크가 많지는 않다. 다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