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원미구의 한 다가구 주택 지하방에서 나온 쓰레기. 부천시청 제공
40대 엄마와 초등학생 딸이 난방이 끊긴 다가구주택 지하방에서 무려 6톤의 쓰레기더미와 함께 비참한 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여성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보다는 오히려 '자립'을 돕기 위해 나서는 이들이 많아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초,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다가구 주택 지하방.
생활실태조사를 하던 사회복지사들이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단칸방에다 부엌과 작은 화장실이 전부인 집 안이 온통 쓰레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정미숙 주민센터 복지팀장은 "쓰레기가 엄청 많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느꼈다"면서 "안으로 들어가기도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쓰레기는 봉고 트럭 6대 분인 약 6톤에 달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지역 아동센터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집에서는 엄마와 함께 잠만 잔 것으로 전해졌다.
월세 32만원이 없어 보증금 200만원도 다 까먹은 A씨(44)는 공공근로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갔고 가스가 끊겨 딸 B양(11)과 함께 냉골에서 지냈다.
하지만 모녀의 이런 사정을 이웃들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역 아동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B양은 다행히 정서적으로 큰 불안증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딸을 오랜기간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하게 한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주부 A씨가 집 안에서 6톤이나 되는 쓰레기가 나올 정도로 살림을 방치한 것은 2년 전 남편과의 이혼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부천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약 2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빠져 아예 청소를 하지 않고 생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미숙 팀장은 "이분이 극단적인 환경을 조성한 직간접적인 계기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갑자기 찾아온 불안과 충격, 무기력, 우울증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딸만은 살뜰히 챙겼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엄마는 대신 책을 빌려오거나 함께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방과후 B양을 보호했던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A씨가 아이의 옷도 비교적 깨끗하게 갈아 입혔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씨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지만, 공공근로를 하며 엄마로서의 책임도 다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생 딸 B양도 이런 엄마 곁에 늘 붙어 있으려 했다.
또다른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B양이 정서적으로 불안한 점은 없었고 유난히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A씨에 대한 '비난'보다는 오히려 '자립'을 돕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