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더불어 숲'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께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고인은 지난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신 교수는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고인은 같은 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RELNEWS:right}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동양철학'을 강의하던 그는 1998년 3월 13일 사면 복권돼 그해 5월 1일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정식 임명됐으며, 2006년 정년퇴임 뒤 석좌교수로 재직해 왔다.
고인의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 '엽서'(1993), '나무야 나무야'(1996), '더불어 숲'(199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