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프로듀서와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사진=자료사진, JYP 제공)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한 사과가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가적 보이콧에서 정치적 논란을 거쳐 이번엔 인권 문제다. 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이야기다.
대만 국기 하나로 촉발된 '쯔위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고 번져 'JYP 책임론'까지 다다른 상황이다. 처음에는 JYP 역시 피해자였지만 '사과' 하나가 입장을 뒤바꿨다.
쯔위는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최근 중국의 작곡가 겸 가수 황안이 이를 두고 쯔위에게 '대만 독립 지지자'라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다시금 논란에 불이 붙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중국 연예계는 급기야 JYP 소속 가수들을 '보이콧'하기에 이르렀다.
JYP는 해명을 담은 입장을 두 차례 발표했지만 중국 내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JYP는 공식 유튜브 계정에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굳은 표정을 한 쯔위는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 이렇게 말한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국가이고 저는 전부터 중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양안(중국·대만)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된 것은 둘째 문제다. 동영상 내용은 JYP가 앞서 낸 두 번의 입장문과 달랐다. 이전까지 JYP의 입장은 확고했다. '쯔위가 대만 독립 지지자라는 것은 오해이고, 쯔위는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질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과 동영상에서의 쯔위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사안에서 중국 입장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쯔위가 대만에서 나고 자란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굴욕적인' 사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쯔위 사태의 핵심은 10대 소녀인 쯔위가 방송 콘셉트에 맞춰 국기를 흔들었고, 이를 중국 연예인이 불충분한 근거로 삼아 '대만 독립 지지 연예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에 있다. 이 같은 '억지' 프레임이 결국 쯔위라는 한 개인을 양안 갈등 한 가운데 서게 만들었다.
설사 쯔위가 자신이 대만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도,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그것은 개인이 충분히 보장 받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다. 어떻게 보면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인 피해자는 JYP도, 그 소속 가수들도 아닌 쯔위다.
◇ 소속 연예인에 대한 미흡한 위기 대처 능력 '도마 위'
다시 사과 동영상으로 돌아가 보면 이후 쯔위는 "자신의 과실 때문에 JYP뿐만 아니라, 두 나라 감정까지 상해를 입힌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중국 활동을 모두 중지하고, 반성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오히려 양국으로부터 사과 받아야 하는 '피해자'가 '없는 잘못'까지 책임지고 자숙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여론은 JYP를 향해 소속 연예인 보호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오히려 소속사가 강경하게 나섰어야 하는 문제였음에도, 중국 활동에 비상이 걸리자 쯔위 본인을 직접 내세워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개인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국가적 정체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일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JYP의 '최선'이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쯔위 본인이 나서지 않았다면 좀처럼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JYP는 18일 다시 입장을 발표해 "이번 쯔위의 입장 발표는 쯔위가 미성년자이므로 쯔위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오셔서 상의한 후 최종 결정한 것"이라면서 "한 개인의 신념은 회사가 강요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이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 중국 언론들은 쯔위를 '중국의 빛'이라고 칭하며 옹호하기 시작했고, 당국도 양안 관계에 대한 우려로 쯔위를 향한 비난 여론 관리에 나섰다. 모두 쯔위의 직접 사과 이후 이뤄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