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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와 노동계의 욕심

칼럼

    [사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와 노동계의 욕심

    한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기선언…노정간 대화 복원돼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한국노총이 당초 예고한대로 19일 노사정 대타협의 완전파기와 무효를 선언했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불참 입장도 밝혔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부 여당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전면적인 대정부 강경투쟁 방침도 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어렵사리 이뤄진 9.15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은 사라졌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개혁도 일정부분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처럼 노사정 대타협이 허무하게 파기됨에 따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물론이고, 중재에 실패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는 정부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기는 커녕 등을 돌린채 서로의 양보만을 요구하며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힘겨루기를 한 결과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셈법이 가져온 부끄러움이다.

    한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지난 1998년 1월 15일 출범한 노사정위원회는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이른바 '양대 지침'에 대해 한노총이 반대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양대 지침의 '빠른 강행'으로, 한노총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로 맞서 왔다. 양비론이지만 "양대 지침에 관한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놓고 노정간의 셈법이 각기 달랐다"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지적은 맞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노총 집행부의 비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간담회를 공개리에 여는 방식으로 관련 협의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정부는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데 따른 고용위축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즉,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한노총은 "양대 지침으로 사용자들이 손쉽게 노동자들을 해고 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만을 반복하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벼랑끝 전술을 고집했다.

    어찌됐든 양측이 강대강으로 정면충돌하면서 노동계는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정부는 독자적인 노동개혁으로 서로를 압박하는 대립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당장 한국노총은 양대 지침에 대한 가처분 소송과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4.13 총선을 앞두고 박빙이 예상되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노동자 후보와 정당에 대해 조직적인 심판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조만간 양대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 대타협에 따르면 양대 지침을 추진할 경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돼 있지만, 한노총이 전면파기와 무효를 선언한 만큼 관련 합의가 무의미해졌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대 지침에 대한 법적 소송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즉각 양대 지침을 추진하기에 적잖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역시 '잇속 챙기기'만을 고집한다는 국민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해법은 정부와 노동계가 다시 냉정을 되찾고 머리를 맞대는 데 있다. 한노총이 노사정위 '탈퇴'가 아닌 '불참'을 선언한 것도 앞으로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노동계는 국민을 바라보면서 열린 마음으로 성실하게 대화 테이블에 다시 나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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