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공천 원칙으로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100% 상향식 공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새인물 수혈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 되는 등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당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 김무성 "상향식 공천에 인재영입 있을 수 없어"김 대표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은 총선에 대비해 이미 정치개혁을 이뤄냈다"며 "100% 상향식 공천제 확립은 정치개혁의 완결판이자 우리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향식 공천을 극찬했다.
그러면서 "여야의 총선후보 특징을 보면 야당은 인재영입이라는 이름의 전략공천으로 선정한 뿌리 없는 꽃꽂이 후보이며, 여당은 상향공천으로 지역에서 출발하는 생명력 있는 풀뿌리 후보"라고 주장했다.
내분 끝에 분당된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인재영입을 반전 카드로 사용하며 선전하고 있는데 '우리는 뭘하고 있느냐'는 당내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20일에도 한 회의석상에서 "상향식 공천에는 인재영입이 있을 수 없다"며 "인재라고 영입된 사람이 큰 정치적 인물이 되는 것을 본 적 없다"고 인재영입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인재영입과 인재등용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야당의) 인재영입은 특별한 사람 찾아내서 공천을 약속하고 모셔오는 것이고, 우리는 그런 분들 발굴해 우리의 민주적 시스템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통상적인 '인재영입' 대신 외부인사에게 총선에 나설 것을 권유는 하되 경선에서 승리해야 공천을 주는 방식을 택하고 이것을 '인재등용'이라고 명명한 것.
◇ 수도권 의원들 "상향식 공천, 국회선진화법처럼 될라"하지만 상향식 공천 원칙만 충실하게 따를 경우 20대 총선에서 수도권을 비롯해 격전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비판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친박계의 한 수도권 의원은 "180석 운운하는 안일한 상황인식으로 인재영입조차 거부하는 것이 결국은 새누리당의 수도권 선거 참패를 가져올까 걱정된다"면서 "새누리당은 밖으로 봤을 때 안정돼 보이지만 안으로 분열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선진화법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악용되듯이 상향식 공천이 좋은 취지로 시작해 결국은 현역 의원들 기득권 지키기와 수도권 선거 참패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역시 친박계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원유철 원내대표는 "수도권에서 증구(增區)되는 지역에 경쟁력있는 인물을 당에서 추천해 후보로 내세운다면 우리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증구 지역 인재영입을 제안했다.
새로 생긴 지역구는 터줏대감 격인 당협위원장 등 오랫동안 지역에서 뛴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영입 인사에게 경선 없이 공천을 주더라도 상향식 공천 원칙에 크게 어긋나지 않다는 것이 원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수도권·비수도권 인식차 커
그러나 원 원내대표의 구상에 대해 김 대표가 일언지하에 거부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증구 인재영입이 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같은 친박계라도 비수도권이 지역구인 의원들은 김 대표의 '인재등용'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천이 곧 당선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이나 부산·경남(PK) 등 텃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경우 수도권 의원들만큼 이번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TK 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외부 영입인사에까지 경선을 요구할 경우 인재영입이 어렵다는 점은 나도 인정하지만 100% 여론조사 등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면서 "상향식 공천 원칙이 정해진 만큼 이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의 우군으로 상향식 공천에 동의하고 있는 수도권 비박계 역시 인재영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는 것은 김 대표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