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스마트뉴스팀 촬영)
"새로운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관행도 바꿔야 한다. 검찰은 (불법 감청에 대해) 자체 감찰을 해야 한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첫 재판에서부터 검찰과 각을 세우며 기싸움을 벌였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은 홍 지사의 측근인 모 대학 총장 엄모 씨를 증인석에 세워 홍 지사가 돈의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 쟁점이었다.
하지만, 홍 지사 측은 검찰이 생각지도 못했던 '불법 감청' 이슈를 꺼내들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자금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건네받아 홍 지사에게 전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윤 씨가 엄 씨와 통화할 때 검찰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홍 지사의 변호인은 "2015년 4월 13일 윤 씨가 중앙지검 부장검사와 2시간 동안 단독면담을 했는데 그 사이에 윤 씨와 엄 씨 간 통화가 이뤄졌다"며 "수사기관의 주도적인 관여 하에 두 사람 간 통화가 이뤄진 만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피고인이 직접 한 말씀 올려도 되겠느냐"고 재판장에 물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 같은 사람을 수사하는 데에도 불법 감청 기법을 동원하는데, 국민을 상대로 어떤 짓을 하겠느냐"며 "새로운 검찰총장이 됐으면 수사관행도 바꿔야 하고, 불법감청건에 대해 자체 감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 측은 "법정에 들어온 기자들은 마치 검찰이 사후에 증거조작을 한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면서 "당시 부장검사는 윤 씨를 처음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회유 전화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엄 씨에게 "만약 검사가 두 사람이 통화할 것이라는 걸 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어보라고 했었다면, 유도신문이라고 느낄 만한 질문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엄 씨는 "윤 씨가 '살림사는 누구요'라고 물어보기에 '그 집 살림은 원래 나모 씨가 하지 않느냐'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상했다"며 변호인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윤 씨가 경선캠프의 회계담당자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물어보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엄 씨는 또 당시 윤 씨에게 전화해 "두목(홍 지사를 지칭)은 (돈이) 들어온 것을 최종적으로 알지 못한 걸로 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 홍 지사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냐는 검찰의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재판부는 '불법 감청' 논란이 제기된 녹취파일의 증거 채택 여부를 놓고 비공개 검증에 들어갔으며, 22일 오전 홍 지사에 대한 공판을 속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