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는 당기지만...' 한국과 일본을 평정한 마무리 임창용(오른쪽)이 도박 파문으로 선수 생활을 씁쓸하게 마감해야 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김성근 한화 감독도 최근 임창용 영입에 대해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더 이상 꿈틀거리는 뱀직구의 궤적은 볼 수 없게 되는 것일까.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로 군림하고 미국에까지 도전했던 임창용(40)이 불명예스럽게 야구 인생을 마무리할 위기에 놓여 있다.
임창용은 지난해 10월 불거진 해외 도박 파문으로 수사를 받았다. 2014년 마카오 카지노에서 4000만 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30일 검찰로부터 벌금 700만 원 약식 기소됐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임창용에 대해 시즌 50%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미 전 소속팀 삼성은 올해 임창용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 사실상 방출한 상황이다. 향후 육성 선수를 포함해 KBO 선수 등록 후에도 해당 시즌 경기 수의 50%를 결장해야 한다.
사실상 은퇴 위기에 놓인 셈이다. FA(자유계약선수)로 다른 구단 이적이 가능하지만 입질조차 없다. 임창용은 22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팬들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면서 "다른 구단의 입단 제의가 없어 야구 인생이 끝날 것 같다"고 괴로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구위는 여전, 그러나 여론 비난 비등 우려임창용의 구위는 여전하다. 지난해 55경기 5승2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3으로 역대 최고령 구원왕에 올랐다. 일본에서 복귀한 2014년에도 임창용은 5승4패 31세이브를 거뒀다.
하지만 거센 비난이 두려워 쉽게 구단들이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임창용을 영입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게 뻔한 까닭이다. 우승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자칫 야구단의 근간이 되는 모기업에까지 이미지에 대한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중대한 모험이다.
'나라 위해서도 뛰었는데...' 임창용(아래 가운데)이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장성호(왼쪽), 박진만(오른쪽) 등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했던 모습.(자료사진=KIA)
야구계에서는 임창용이 둥지를 틀 만한 팀으로 한화, KIA가 꼽힌다. 한화는 올해 우승을 위해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팀이고, KIA는 임창용의 고향인 광주 연고 팀이다. 모두 임창용을 영입할 이유가 충분한 구단들이다.
한화는 임창용이 가세하면 우승권에 그만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 정우람이 합류한 한화는 단숨에 리그 최강의 불펜을 갖추게 된다. 지난해 한화는 불펜 자원이 모자라 권혁, 박정진, 윤규진 등이 혹사 논란에 휩싸였고, 아쉽게 가을야구가 무산됐다.
때문에 한화는 임창용 영입과 관련해 야구계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최근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데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활발한 트레이드로 베테랑들을 영입한 까닭이다.
▲한화 "생각 없다"…KIA "입장 표명도 없다"
하지만 한화는 임창용 영입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물론 김 감독도 이를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최근 구단 관계자를 통해 "임창용 영입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 이를 공개해도 좋다"고까지 했다.
KIA 역시 마찬가지다. 임창용 영입설이 나온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구단 관계자는 "임창용이 전신 해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고향팀이라 KIA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명분이 있어 얘기나 나오는 모양"이라면서 "롯데 등 다른 구단은 언급되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구단으로서는 영입을 한다, 안 한다 입장을 표명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화와 KIA가 이럴진대 다른 구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임창용과 함께 벌금형을 선고받은 오승환(34)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임창용은 많은 나이 때문에 해외 진출도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통산 114승 232세이브를 올린 대투수의 야구 인생이 어떻게 마무리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