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인양된 천안함 (사진=자료사진)
법원이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 신상철(57) 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천안함은 북한 어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이 신 씨로 하여금 천안함 좌초설을 진실이라고 믿게끔 한 단초를 제공했다며, 신 씨의 주장을 정당한 의혹 제기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이흥권 부장판사)는 25일 선고를 내리기에 앞서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어뢰 폭발 때문"이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밝혔다.
신 씨의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인지 판단하려면 먼저 재판부의 사실 판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 5년 6개월 동안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건 보고서를 검증하고 증인 57명을 불러 신문했다.
재판부는 천안함 좌초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수중 폭발에 의한 침몰이고, 사용된 무기는 북한에서 제조한 어뢰라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침몰 순간 물기둥과 섬광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급박한 상황에서 승조원이 제대로 목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 승조원의 얼굴에 물이 튀었으며, 백령도 초소 경비병이 섬광을 보고 충격음을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좌초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해군 관계자가 사고 원인을 설명하면서 '좌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생존 승조원이 최초 좌초 지점 등에 표기했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판시했다.
어뢰 논란과 관련해서는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은 알루미늄이 포함된 폭약에 의해 생성된 물질이 맞고,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도 해저에 침몰해 있는 상태 또는 인양 과정에서 붙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1번' 글씨에 대해서는 "금속 부식 방지용 페인트에 의해 표기됐는데, 신 씨의 주장처럼 뒤늦게 표기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유성매직 성분으로 쓰였다 해도 폭발시 열로 인해 녹아없어져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천안함 좌초설은 명백히 허위라고 판단했음에도 신 씨가 천안함 좌초 의혹을 제기한 것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초기 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과 일부 부정확한 정보 제공 때문에 신 씨를 비롯한 국민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데 상당한 장애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며 "정부와 군이 좌초설의 단초를 일부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침몰 원인을 판단하려면 기초사실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과정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개인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필연적 한계가 있다"며 "그 분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논쟁 자체를 봉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또 "해양대를 졸업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한 후 해운기업에 근무했던 피고인이 해당 분야의 최고전문가라 자평한 후 침몰원인을 분석하는 데 몰입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무죄"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허위·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34건의 게시글 가운데 2건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정부와 군 당국이 고의로 생존자 구조와 인양 작업을 지연시켰다는 내용의 글과, 김태영 당시 국방부장관을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한 점은 "허위를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온갖 추측이 난무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진상규명에 나선 피고인의 지나친 과욕과 군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부른 경솔한 행동으로 보인다"면서 신 씨에게 징역 8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신 씨는 기자들과 만나 "제 자신에 대한 유·무죄를 밝혀내기보다는 침몰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이 목적이기 때문에 항소심을 통해서 새로운 법적 공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천안함 침몰 당시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 씨는 정부와 군 당국이 천안함 사고 원인을 은폐·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과 천안함 좌초설 등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혐의(명예훼손)로 2010년 8월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