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권력자' 발언을 시작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파워게임을 본격화한 양상이다. 청와대의 대응 자제 속에 당내 친박계의 대리전이 격화되면서, 현 정권도 어김없이 집권 4년 차 당청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잇따른 김 대표의 작심발언과 관련해 28일 "일일이 대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전날까지 이틀 간 국회선진화법 입법이나 공천에 개입한 '권력자'로 사실상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친박계에도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대표를 향해 '격앙된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친박계는 공개회의 석상에서 "김무성 대표야말로 최고 권력자 아니냐"(서청원 최고위원)라고 비난하는 등 대리전을 펼쳤다.
박 대통령 집권 4년 차 첫 달부터 불거진 당청갈등 구도는 5년 전, 10년 전 이전 정권들이 드러낸 분열 상과 유사하다. 갈등의 시작은 사람 문제였다.
노무현 정부 4년 차인 2006년 신년 벽두부터 청와대와 여당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문제로 갈등을 시작했다.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 만찬을 거부하는 등 대치하다 결국 당이 대통령 뜻을 따르는 쪽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학법 개정, 부동산 정책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당청 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4년 차인 2011년 1월에는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해 여당 최고위원회가 '부적격'을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청와대는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미루는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당 대표의 사과와 공직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일단 봉합됐지만, 그 해에도 반값등록금·부자감세 정책 등을 놓고 당청갈등은 지속됐다.
이번 당청 간 갈등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 문제가 얽혀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에서는 이한구 의원, 김 대표 등 비박계에서는 김황식 전 총리를 적임자로 내세우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100% 상향식 공천'이라는 김 대표의 지론에 반해,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도 상향식 공천에 반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 출신자들이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총선 공천 문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2014년 10월 '개헌 불가피론' 발언 뒤, 지난해 6월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 거취 논란 때 청와대 뜻을 따랐던 모습과 대조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전당대회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김 대표인데, 이걸 어떻게 포기하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가 전면전을 자제하는 것도 김 대표의 '전의'가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총선 전 적전분열과 민심이반을 피하고, 경제입법 등 당면한 국정과제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RELNEWS:right}
청와대가 정면대응을 불사한 이전 정권에서는 당청갈등 발생→봉합 뒤 갈등 지속→선거(2006년 지방선거 및 2011년 4·27재보선) 참패→신임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재갈등이란 악순환이 벌어진 바 있다. 당분간은 청와대가 당청갈등을 표면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내재돼 있던 갈등이 이번에 김 대표의 속마음 표출로 가시화했다"라며 "전쟁(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김 대표든 청와대든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파국은 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