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자료사진)
"잘해서 개막전 로스터에 들면 메이저리거잖아요."
이대호(34, 시애틀 매리너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같은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은 아니었지만,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였다. 오히려 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홀가분하다"고 웃는 이대호다.
이대호는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개인적으로 몸 만들면서 기다렸고, 시애틀이란 팀을 선택하게 돼 기쁘다"면서 "시애틀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가서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기에 경쟁할 생각이다. 꿈이 메이저리그였기 때문에 몸을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그야말로 최고 타자였다. 2010년 타격 7관왕과 MVP를 휩쓸었고, 2012년부터는 일본에 진출해 지난해 일본시리즈 MVP까지 받았다.
그런 이대호가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대호는 시애틀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이른바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최고 400만 달러를 받을 수있다. 가장 위에서, 이제는 가장 밑으로 내려와 도전하는 입장이다.
이대호는 "부담은 없다"면서 "솔직히 가장 밑까지 내려왔다. 다시 시작해야 하고, 경쟁해야 한다. 홀가분한 것 같다. 위에 있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하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제는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면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 올라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전 소속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3년 18억엔이라는 거액을 들고 이대호 잔류에 나섰다. 하지만 이대호는 꿈을 위해서 도전을 선택했다. 마이너리그 계약이라고 하지만, 이대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것이 25인 로스터에 못 들면 다 마이너리거다. 못 들면 마이너리그로 가야 한다"면서 "잘해서 개막 로스터에 들면 메이저리거다. 안 좋게 보시는데 잘 하면 된다. 경쟁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은 현재 1루수 자원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애덤 린드가 있다. 다만 린드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보인다. 오른손 타자 이대호를 영입한 이유다.
이대호는 "계약할 때 마이너리그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면서 "시애틀에서 원했던 것이 1루수에 오른손 타자였다. 지명타자는 분명 좋은 선수(넬슨 크루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1루수가 왼손 타자고, 왼손 투수에 약하다고 했다. 경쟁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1년 계약도 이대호 본인이 원했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