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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朴정부 경제민주화 이뤘다? 갈 길 멀다"

    [노컷 인터뷰] <상장회사법> 저자 이상훈 변호사

    이상훈 변호사(현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는 법조인으로는 보기 드문 이력을 지니고 있다.

    학부에서는 경제학, 대학원에서는 상법을 전공했다. 변호사가 된 후로는 상장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경험을 했다.

    10년 이상 상장회사들을 위한 법률 자문을 했고, 8년간 상장회사 사외이사로서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상훈 변호사. (제공 사진)

     

    상장회사에 수천억을 투자하는 전문 투자자에게 수년간 법률 자문을 하면서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을 바라보았고, 착한 기업에 투자하려는 선한 투자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SRI(사회책임투자)펀드를 직접 기획하고 설립을 주도하여 감독이사로도 활동했다 .

    주주총회장에서는 의장 옆에서 법률 자문을 하기도 했고, 주주의 대리인 지위에서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따지기도 했으며, 아예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얻어 상장회사의 주주총회를 개최한 후 직접 의장이 되어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경험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이력은 ‘장하성 펀드’(정식 명칭 : 한국기업지배구조 펀드)의 법률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다는 것이다.

    '장하성 펀드'는 2006년,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 지분을 투자해 법적으로 정해진 주주권을 활용해 좋은 지배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출범한 펀드이다.

    비록 6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미국에 비해 행동주의(Activist) 투자자의 활동이 미미한 한국 자본시장에서 ‘장하성 펀드’의 활동은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이처럼 다양하고 풍성한 실무를 하면서도 경제 분야를 다루는 시민단체와 민간 연구소 활동 등을 병행해 온 이상훈 변호사가 최근 법률 실무 전문서적 <상장회사법>(생각정원)을 펴냈다.

    <실무 중심의="" 상장회사법=""> / 이상훈 씀 / 생각정원 펴냄 / 696쪽 / 4만 5000원.

     

    단지 법률 해석이 아니라, 그간 본인이 활동하면서 보고 듣고 배우며 생각한 것들을 집약한 동시에, 실무 중 느꼈던 아쉬움을 책에 담았다.

    예를 들어,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회사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 각각의 법을 개별적으로 찾아보아야 하는데, 이 변호사는 각 법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분야별로 종합해 보기 편하게 했다.

    이론적인 다툼보다는 최대한 실무적인 관점에서 판례 위주로 견해를 정리한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실무에서 바로 인용할 수 있도록 판결문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소개했다.

    책 이름은 <상장회사법>이지만 상장회사 임직원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비상장회사의 임직원들, 금융기관 종사자(투자자)들, 법조인, 학교 등에서도 책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을 담는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조기선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인해 ‘경제민주화’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장하성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의 후속판으로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발간하면서 ‘경제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상장회사법>을 출간한 이상훈 변호사를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와 그동안 그가 관심을 갖고 활동해 온 ‘경제 민주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에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펀드가 투자하려는 회사를 분석하거나,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노동조합 또는 소액주주들에게 자문을 하다 보면 회사의 실무자들이 기본적인 법률조차 지키지 않거나,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회사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은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법률이다. 이 책을 통해 기업 실무자나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들 모두 회사법,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장하성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국내 총생산량이 24.5% 증가한 것에 반해, 개인의 실질임금은 4.8%에 그치는 등 성장의 열매가 개인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것을 사회적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 국민 총소득은 경제활동에 기여한 3 주체인 개인, 기업, 정부에 분배된다. 그런데 IMF 이후부터 가계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데 비해, 기업소득으로 분배되는 몫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에 편중된 부의 분배는 단순히 불공정성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소비를 해야 할 개인이 쓸 돈이 없으니 소비를 못하고, 그러다 보니 결국 경제 전체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자본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럽다. 가만히 두어도 자본은 탐욕스럽게 거대화되는데, 기업이 법까지 무시하면서 성장의 결과물을 독식하려고 한다면, 통제 불가능한 시장의 망나니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 장하성 펀드가 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나.
    = 내가 대표해서 말할 위치는 아니다만, 개인적으로 ‘미완의 성공’라고 평가한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견제할 때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당시 국내 기관투자자의 반응은 냉담했고 국민연금도 호응이 없었다. 이러한 기관투자자들의 소극적인 행동은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미완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뭔가.
    = 일단 한국 자본시장에 이러한 펀드가 출범했고,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해 활동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펀드의 목적을 이해하고 통참하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또한 2008년 리만사태에 따라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하면서 펀드가 청산되었는데, 만일 조금 더 오래 이런 시도가 있었다면 더 좋은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 장하성 펀드에 대해서 외국자본의 앞잡이라는 비판도 있었는데.
    =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활동단위들을 많이 대리해 보았다. 노동조합은 기본이고, 한때 언론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기업의 소액주주 모임들은 대부분 상담하기도 했다. 4년 전까지 증권사 최강성 노조이던 현대증권노조를 7~8년 동안 전담으로 대리하여 엄청난 법적 분쟁을 하면서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국내에서 무임승차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기업의 위법행위를 장기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주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 한국에서 지배구조펀드가 또 나올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현재 상황에서만 본다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지배구조펀드 말고 실제 주주권을 활용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펀드는 나오기 어렵다고 보며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먼저 지배구조펀드는 정말 노동집약적인 일이다. 다른 펀드들은 펀드매니저들이 기업가치만 평가하면 되지만 지배구조펀드는 투자기업과 지속적인 대화도 해야 하고, 법률적인 행동도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펀드에 비해 매우 많은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니 동일한 보수를 받으면서 이러한 펀드를 운영한 운용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운용사들이 기업들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 기업을 대상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이런 펀드를 만들기도 어렵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다른 기관 또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배구조펀드를 지지해야 하는데, 다른 펀드들이 소수주주권활용 및 지배구조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로 지배구조펀드를 지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 변호사 입장에서 현재 우리나라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 먼저 경영진들이 상법 등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편법으로 회피하려 하지 않아야 하며, 이해관계자들인 주주와 노동자들이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의 사고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 법원과 검찰의 사고 전환이라 한다면.
    = 총수의 위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법원이나 검찰이 기업 총수를 구속하면 마치 우리나라 경제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등 과민하게 반응하는데,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게 우리나라 기업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 경제민주화 논란이 있다. 지배구조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지금의 경제민주화 정도는 어떻게 보나.
    = 최근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경제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대부분 공정거래법에 관련된 사안이다. 지배구조 개선은 단순히 공정거래법만 일부 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상법, 자본사장법 등 다른 법률도 종합적으로 개정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무에 정착되는 것이다.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 경제 민주화 관련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쉽지않다고 느낀 점은 무엇인가.
    = 우리나라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가기 때문에 기업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이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경제 자체는 삶에 밀접한 이슈인데 이를 제대로 돌게 하기 위한 경제민주화나 부의 재분배 등은 비대중적인 이슈였다.{RELNEWS:right}
    
    ▶ 지금까지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계속 활동했는데, 지금은 특이하게 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 보다시피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다. 예상치 못하게 4년 전에 장애를 입었는데, 그러니까 자꾸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주위 선후배들이 반강제로 끌고 나온 곳이 현재의 직장이고. 감사해 하고 있다. 덕분에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장애 당사자가 되니 장애에 대한 이해도는 확실히 높아진 것 같다. 저분은 어떤 심정이겠다, 저분은 이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 같은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장애인 복지 쪽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이번에 출판한 책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 최대한 실무가의 입장에서 책을 쓰려고 했다. 실제 업무를 하다보면 회사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 각각의 책을 개별적으로 찾아보아야 하는데, 이번 책에서는 회사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형법 중에서 중요한 내용들을 분야 별로 종합적으로 설명했다. 판례도 많이 소개하려고 하였고. 상장회사 임직원들 이외에 비상장회사의 임직원들, 금융기관 종사자(투자자)들, 법조인, 학교 등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무 중심의="" 상장회사법=""> / 이상훈 씀 / 생각정원 펴냄 / 696쪽 / 4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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