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리시브를 담당하는 류윤식. (사진=KOVO 제공)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못 받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죠."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늘 '50%'라는 말을 달고 산다. 리시브만 50% 정도로 올라오면 득점 확률이 확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단 리시브가 되면 속공이 산다. 속공이 살면 그로저로 향하는 블로킹 수가 줄어든다. 결국 리시브는 삼성화재 승리의 필수 요건인 셈이다.
대한항공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리시브가 썩 나쁘지 않았다.
류윤식은 31개의 리시브 중 14개를 세터에게 정확히 배달했고, 리베로 곽동혁도 23개 중 12개를 깔끔하게 받아냈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19개의 속공을 꽂으면서 그로저만 쫓은 대한항공을 격파했다.
하지만 12일 OK저축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는 리시브가 완전히 흔들렸다. 류윤식은 17개 가운데 3개를 말 그대로 놓쳤다. 곽동혁 역시 18개 중 3개를 흘렸다. 제대로 받은 것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실수가 많았다.
특히 1세트에서는 류윤식이 흔들렸다. OK저축은행의 목적타에 주저앉았다. 임도헌 감독은 "6개 정도는 그냥 준 것 같다"면서 "2개 정도만 흐름을 바꿨으면 2세트에서도 좋은 흐름이 왔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세트 21-19로 앞선 상황에서 내준 한상길의 서브 득점도 아쉬운 장면이다. 짧게 떨어지는 서브에 리베로 곽동혁이 몸을 날렸지만, 전위에 있던 지태환이 먼저 손을 대면서 득점이 됐다. 그만큼 리시브가 불안했다는 증거다.
임도헌 감독은 "서로 불안해서 그렇다. 콜을 못했다"면서 "짧으니까 뒤에서 잡기 어렵다고 생각해 자기가 잡으려 했다. 사실 그런 것이 팀워크다. 뒤에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앞에서 공격 준비를 해야 한다. 불안하니까 앞에서 건드리고, 호흡이 안 맞게 된다. 빨리 콜을 해서 잡아줘야 하는데…"라고 설명했다.
2세트 승부처가 된 24-23에서의 그로저 공격도 마찬가지다. OK저축은행은 삼성화재 레프트 쪽으로 짧게 서브를 쳤다. 라이트 그로저로 블로킹 포인트를 잡겠다는 서브였다. 뻔히 보이는 수지만, 삼성화재 리시브가 흔들렸다. 결국 그로저에게 공이 올라갔고, 블로킹으로 세트가 끝났다.
임도헌 감독은 "OK저축은행에서 레프트를 죽이고, 라이트로 가려고 짧게 서브를 때린 것 같다"면서 "저쪽은 무조건 그로저를 잡으러 간다는 걸 알았다. 리시브가 안 좋아서 그로저 밖에 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루 휴식 후 2차전을 치른다. 기술적으로 바꿀 시간은 없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다.
임도헌 감독도 "결국 감각이다. 대한항공전에는 리시브가 좋았다. 충분히 받을 수 있는데 못 받는 것은 저쪽 서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기에 심리적 불안감이 높아지면 범실이 나온다"면서 "어느 팀이나 외국인 선수가 공격은 어느 정도 해준다. 결국 리시브 싸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