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연주. (사진=KOVO 제공)
"뭐 걸릴 수도 있죠."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포스트시즌 키플레이어로 베테랑 황연주를 꼽았다. 몸 상태도 좋았다. 양철호 감독은 11일 흥국생명과 V-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도 "마지막 경기부터 올라왔다. 표정도 밝아졌다. 자기 역할을 잘 아니까 잘 해줄 거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그런 황연주가 1세트부터 흔들렸다.
4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이 26.67%였다. 특히 계속 맞붙은 흥국생명 이재영에게 블로킹 4개를 헌납했다. 2세트에서도 하나 더 걸렸다. 1~2세트 이재영에게 당한 블로킹만 5개였다.
하지만 베테랑은 달랐다. 황연주는 3세트 66.67%의 공격성공률로 6점을 올렸다. 4세트에서도 45.45%의 공격성공률로 5점을 보탰다. 최종 성적은 공격성공률 35.71%로 17점. 공격성공률 28.57%에 그친 에밀리의 부진을 만회했다.
양철호 감독도 경기 후 "80% 정도 미쳐준 것 같다. 좀 더 미쳐줬으면 좋겠다"면서 "교체도 고려했는데 분명 포스트시즌 경험은 연주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해줄 거라 생각했고, 그 믿음에 보답해준 것 같다"고 웃었다.
황연주 역시 "걸릴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이겨냈다는 것이 다행이다. 포기하거나, 주눅들었으면 2차전도 힘들었을 텐데 풀어가려고 했고, 감독님도 믿고 맡겨주셨다. 더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1세트 듀스 상황에서 이재영에게 두 번이나 막혔고, 앞서던 1세트를 내줬다.
세터 염혜선이 "더 악에 받쳐서 했다. 잘 하다가 지는 바람에 열이 좀 받았다"고 말하자 황연주는 곧바로 "미안하다. 많이 걸려서 나한테 열받은 것 같다. 그 뒤로 열심히 했다"고 응수했다. 갑자기 치고 들어온 황연주의 말에 멋쩍게 웃은 염혜선은 "연주 언니를 믿었다"고 덧붙였다.
자칫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세터 염혜선의 토스도 황연주를 살렸다. 3세트부터 공격 스타일을 바꾼 것. 황연주가 살아난 이유 중 하나다.
염혜선은 "너무 한 쪽에거 걸렸다. 움직이는 블로킹을 하도록 해야 잡기도 힘드니 그런 공격을 했다"면서 "토스 미스도 있었다. 연주 언니가 잘 처리해주려다 걸렸다. 연주 언니가 걸려서 열받은 게 아니라 내가 좀 더 잘 줘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 아무리 베테랑 황연주라도 포스트시즌은 떨리기 마련이다.
황연주는 "솔직히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고 안 떨리는 건 아니다. 항상 떨리고,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누가 뭐라해도, 내 욕을 해도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된다고 은퇴하는 게 아니니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잡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100%였다. 그만큼 유리한 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