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진형(카이스트 명예교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마지막 대결이 오늘 오후 1시에 열립니다. 이번 대결은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죠.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초기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인공지능이 뭔지 사실 아직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1970~80년대 그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연구는 과연 어땠을까? 오늘 화제의 인터뷰, 우리나라 인공지능 1세대를 찾아서 떠납니다. 카이스트의 김진형 명예교수 연결을 해 보죠.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진형>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김 교수님은 인공지능을 연구하신 지가 얼마나 되신 거죠?
◆ 김진형> 한 40년 된 것 같네요.
◇ 김현정> 40년이면 한 1970년대부터요?
◆ 김진형> 카이스트에서 30년을 하고 은퇴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미국 가서 공부한 것 까지 합하면 한 40년 된 것 같네요.
◇ 김현정> 1970년대라면 각 집에 컬러TV도 흔하지 않을 때인데.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이해가 되신 겁니까?
◆ 김진형> 글쎄요. 저도 잘 모르고 했어요. (웃음) 저도 컴퓨터를 공부해야 되겠다는 의지는 가지고 유학은 갔는데 우연한 기회에 ‘생각하는 것을 컴퓨터에 옮겨보자, 모의실험을 하겠다’ 그런 식의 안내문을 봤어요.
◇ 김현정> 대학에서요?
◆ 김진형> 네. 그리고 조교를 모은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프로그램은 제법 하는데 제가 이런 쪽으로 공부를 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무조건 달려들었죠.
◇ 김현정> (웃음) 생각하는 걸 뭘 실험을 한다는데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시고.
◆ 김진형> 그 당시 컴퓨터가 또 굉장히 성능이 약했거든요. 요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러다 보니까 간단한 것을 해도 너무나 힘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 그때 어떤 실험을 하셨어요?
◆ 김진형> 그때 이런 걸 많이들 했어요. 정신과 의사가 환자 돌보는 걸 아마 흉내낼 수 있지 않을까 실험을 했죠.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부모님하고 관계가 어떻습니까?’라고 컴퓨터가 질문을 던지면 사람이 ‘저는 어머니가 싫어요’ 이런 식의 얘기를 하면. 그다음에 컴퓨터가 ‘어머니가 왜 싫으냐?’ 이런 식으로 대화를 쭉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게 인공지능이 이해를 해서 하는 게 아니고 그걸 쭉 들여다보면 ‘어머니’, 그 다음에 ‘싫어요’ 같이 키워드만을 끄집어내서 그걸로 문장을 만들어서 던지는 거예요. 이해를 하고 대화하는 게 아니고.
◇ 김현정> 컴퓨터가 이해를 하는데 판단은 할 수 없고?
◆ 김진형> 판단은 아니고. 그러니까 어쩌면 사기치는 거죠. (웃음)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걸 가지고 인공지능같지 않냐 이런 식의 얘기를 하곤 했는데.
◇ 김현정> 흉내내는 단계였네요, 흉내내는 단계.
◆ 김진형> 네. 흉내내는 거예요.
◇ 김현정> 그게 1970년대. 미국에서도 초창기 인공지능.
◆ 김진형> 그렇죠. 대부분은 다 실패했습니다. 그때 시도했던 게.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사실 인공지능이 뭔지 헷갈리는 분들 많거든요.
◆ 김진형> 네, 저도 안타깝게 생각했는데요.
◇ 김현정> 그 당시에는 어땠어요?
◆ 김진형>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미국에서요. 드론이라는 거 있잖아요.
◇ 김현정> 띄워가지고 정찰하고 막 이러는 거.
◆ 김진형> 드론이 적진에 들어가서 적진을 관찰하고 날아오는데. 날아오기 전에 정보 양이 너무 많으니까 거기 있는 걸 이해를 해서, ‘이 부분에 지금 중요한 타깃이 있습니다’라는 것만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알려주는 거예요.
◇ 김현정> 판단을 해서, 인공지능이요.
◆ 김진형> 네. 판단을 해서요. 그런 연구를 미국에서 해서 학회에 가니까 많은 분들이 ‘인공지능을 무기로 쓰면 되냐?’ 그러면서 앞에서 막 데모를 하더라고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기술만 개발하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은 ‘네가 하는 것이 그게 무기로 쓰는 것이 맞느냐?’ 이런 식의 질문을 던졌어요.
◇ 김현정> 인공지능을 무기에 접목시키면 안 된다, 이런 주장들.
◆ 김진형> 네, 그렇게 주장하더라고요. 실은 제가 한국에 들어오게 결정한 것의 큰 계기가 그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초창기 우리나라에서 오해를 했던 건 뭔가요? 그런 기억나는 거 좀 있으세요?
◆ 김진형> 지금 오해하시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 당시에도 일자리를 줄이지 않느냐, 그다음에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되지 않느냐.
◇ 김현정> 인간이 지배당하는 거 아니냐? (웃음)
◆ 김진형> 그런 얘기들을 계속해 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일관되게 하는 얘기는 글쎄요. 한참 되면 그게 될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기술은 그런 수준에 한참 모자랍니다. 이건 정말 기술 현황을 잘 모르시는 거죠.
◇ 김현정> 그래요. 지금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수준은 세계 선진국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까지 도달해 있나요?
◆ 김진형> 저는 거의 동등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인공지능 시스템들을 만들었어요.
◇ 김현정> 그게 다 인공지능이 들어간 거예요, 스마트폰에?
◆ 김진형> 이런 거죠. 스마트폰에 대고 ‘명동 근처에 있는 칼국수집을 하나 소개해 줘라. 값은 얼마 정도였으면 좋겠다’ 이걸 말로 하면 스마트폰이 그걸 다 이해를 해서.
◇ 김현정> 맞아요, 찾아주더라고요.
◆ 김진형> ‘무슨 칼국수집으로 가세요’라고 대답해 주는 그런 식의 서비스를 다 지금 만들어 쓰고 있고요. 어제 제가 어느 회사 가서 보니까 이렇더라고요. 우리가 셀카 찍으려면 팔을 쭉 뻗어가지고 하고 직접 손으로 눌러야지 사진이 찍히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김진형> 그래서 손으로 누르기가 힘이 드는 거야. 그러니까 사진을 찍는 사람이 손을 카메라에 비치게 들고 야옹야옹 하면서 손을 깜빡깜빡 누르면, 이렇게 손짓을 잼잼하듯이 하면 그걸 인식해서 사진이 딱 찍혀요. 3초 후에.
◇ 김현정> 신형 핸드폰에는 그런 게 다 들어 있군요.
◆ 김진형> 그런 스마트폰 들어가는 걸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 것도 다 인공지능이군요.
◆ 김진형> 그렇죠. 인공지능이 사람의 손이 어디 있는가 알아야 되고, 보고 알아야 되고. 그다음에 그 사람이 잼잼하는 것을 파악해서 ‘아, 이게 사진 찍으라는 얘기구나’라고 인식해서 3초 후에 딱 찍어주는 거죠.
◇ 김현정> 우리 생활 곳곳에 인공지능이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 있군요.
◆ 김진형> 많이 들어와 있죠. 왜 옛날에 혹시 그런 말 못 들으셨어요?
◇ 김현정> 뭐요?
◆ 김진형> 인공지능 세탁기라는 말 못 들으셨어요?
◇ 김현정> 인공지능 세탁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 인공지능이 이 인공지능인지 몰랐어요.
◆ 김진형> 그렇죠. 그게 인공지능이에요. 세탁을 다 했는데도 안 끄면 세탁기가 계속 세탁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인공지능 세탁기는 딱 지금쯤 더운 물 넣어야겠구나. 헹궈야 되겠구나, 이걸 다 자기가 알아서 판단하는 거죠. 인공지능 세탁기가.
◇ 김현정> 그렇네요. 우리 깊숙이 이미 들어왔고. 우리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정도의 수준까지 가 있는 상황이군요.
◆ 김진형> 그런데 약간 안타까운 것은 알파고처럼 좀 큰 이벤트를 해서 한방에 쫙 보일 수 있는 거, 이런 거는 잘 못 만드는 것 같고요. 사진 찍는 데 잼잼하는 거 정도, 이 정도 하니까. (웃음)
◇ 김현정> 그런 건 좀 안타깝고. 그래요, 교수님. 후배들 잘 이끌어주시고요. 우리나라 인공지능이 정말 세계 속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더 힘을 팍팍 불어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진형>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화제의 인터뷰, 우리나라 인공지능 1세대를 찾아봤습니다. 카이스트 김진형 명예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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