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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 새누리당 공천 작업이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을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에서 모두 끝났다. 이번 공천은 박 대통령이 4년전 '쇄신의 바로미터'라거나 '우리나라를 구할 사람들'로 지칭한 현역의원 12명 중 대다수의 '축출'로 귀결됐다.
박 대통령은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4월 5일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지원유세에 나섰다. 21일 새누리당 누리TV 웹페이지에 게시된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유승민·주호영·서상기·조원진·윤재옥·김상훈·김희국·홍지만·권은희·이종진 후보가 연설 중인 박 대통령 곁에 모여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대구 지역 후보 12명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에 비유한다. 충무공은 '수군을 해산하라'는 조정의 명령에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고 나도 죽지 않았다'(尙有十二 微臣不死)는 장계를 올린 뒤 명량대첩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구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강도 높은 공천쇄신을 단행했다"며 "이번에 우리가 공천한 이 열두분의 후보는 바로 새누리당의 변화와 쇄신의 바로미터이고, 또 저와 함께 우리 정치를 새롭게 바꿔나갈 주역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이 열두척의 배로 나라를 구하셨듯이 이 열두 후보가 대구 그리고 우리나라, 새누리당을 발전시키고 구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박 대통령은 유세 연설 끝자락에 "우리 후보들을 지지해 달라. 우리 고향의 여러분을 믿고 가도 되겠느냐"는 말로 군중의 환호와 호응을 받아냈고, 실제로 12명 후보 전원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발언으로 박 대통령은 '쇄신의 바로미터'였던 대구 의원들을 사실상 내쳤다. '진실하지 못한 사람들'로 전락한 이들 가운데에서 무려 6명이 컷오프당했고, 2명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박 학살'이란 오명을 쓴 이번 대구 공천과정에서 나머지 4명 중 3명은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이겨 공천을 따냈지만, 여전히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여부는 부정적이다. 축출당한 의원 상당수는 친유승민계에 해당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대단히 미묘하다"며 "대구 의원들이 정말 쇄신 인사들이라면 박 대통령이 사적인 감정으로 대상자들 평가를 뒤집은 게 되고, 애초에 그런 인재가 못되는 위인들이라면 박 대통령이 4년전 인물 평가를 잘못했다는 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의 자칭타칭 '진박'(진실한 사람들) 6인방의 승률도 높지만은 않다. 3명만 공천 확정됐고, 2명은 경선 탈락했으며, 나머지 1명은 미정 상태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중구·남구)은 김희국 의원이 컷오프된 채 치러진 경선을 이겼고, 정종섭 전 행자부장관(동구갑)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달성군)은 각각 류성걸(컷오프)·이종진(불출마) 의원이 빠진 자리에 단수 공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