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신작 소설 《P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는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욕망과 사랑, 복수와 용서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는 오지웅, 강미혜, 한평화, 이희광 목사 등 등장인물 4명의 입을 통해 알파벳 P를 첫 글자로 한 몇 개의 키워드가 챕터를 이루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그 P는 Professor(교수), Partner(파트너), Pursuit(추적), Punishment(징벌), Pastor(목사) 등이다.
4명의 인물이 각자의 입장에서 고백하는 사건의 진실을 조각조각 확인하다보면 어느새 독자는 무엇이 진짜인지, 누가 옳고 그른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4명 중 어느 쪽의 이야기를 지지하든 결국엔 삶의 굴레인 ‘고통’이라는 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시종 긴장감을 잃지 않는 속도감 넘치는 서사와 촘촘하게 짜인 플롯의 정교함 역시 빠뜨릴 수 없는 이 소설의 묘미이다.
조각난 진실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모자이크, 《P의 도시》
교수가 될 날을 꿈꾸며 뉴욕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오지웅은 어느 날 아내 강미혜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하다가 정체 모를 남자들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것. 밀린 공부로 늘 시간이 빠듯했던 그는 아내를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하고 분노만 할 뿐이다. 다음 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아내는 사라지고 없다. 그는 행방을 수소문하려 하지만 문득 아내에 대해 아는 게 없단 걸 깨닫는다. 단서를 찾으러 아내의 책상에 갔다가 색색의 포스트잇이 잔뜩 붙어 있는 《아이 러브 뉴욕》이라는 가이드북에 눈길이 머문 그는 페이지를 펼치다 포스트잇에 계속 등장하는 P라는 알파벳을 발견한다. ‘Think Coffe. 248 Mercer Street, New York. 처음 만난 곳. P.’ ‘Inakaya. 231 West 40th Street. 오랜만에 회 먹으니 좋더라. Thanks, P.’……
사흘 뒤면 처갓집 식구들이 뉴욕에 도착하는 상황. 부잣집 딸인 아내를 설득해 매달 ‘장모님 장학금’을 받고 있었던 오지웅은 다급해진다. 조금 전 알파벳 P가 드리운 기시감 때문인지 그는 아내의 유일한 바깥 활동이었던, Pathfinder(패스파인더)라는 교회의 이름을 겨우 떠올려내고 청년부 담당 이희광 목사와 연락이 닿는다. 목사는 지금 강미혜가 어딨는지는 모르지만, 그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가 있다며 만남을 제안한다. 달리 물을 데도 없었던 오지웅은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터덜터덜 약속 장소로 나간다.
사십 대 중반의 이희광 목사는 미국에 온 지 십 년 된 이민자로, 부모가 이웃사람에게서 살인을 당한 후 아내와 자식들까지 차례로 잃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신학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다. 그는 ‘고통이야말로 네 존재의 이유다’라는 신의 뜻을 간파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고, 그러한 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신의 배달부’를 자처한다.
목사는 얼마 전 뉴욕에 온 교회 청년부 한평화라는 남자와 강미혜가 특별한 관계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혹시 한수진을 아느냐고 묻는다. 오지웅은 오래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오자 당황한다. 겹겹이 둘러싸여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목사의 눈을 바라보며 그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렸음을 느낀다.
고통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리석게도 고통을 줄이고 피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곤 하지요. 생로병사를 관통하는 고통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관계적이기도 합니다. 촘촘하게 이어진 고통의 연결고리,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지는 고통의 이어달리기를 소설의 형태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_<작가 인터뷰="">에서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