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에 참석한 두산 오재원, 김태형 감독, 유희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의 개막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공식 개막전의 호스트인 류중일 삼성 감독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차우찬이다"라면서 갑자기 개막전 상대 두산의 테이블을 바라보더니 "두산은 니퍼트를 예상하는데 개막전에서 깨보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그러자 김태형 두산 감독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기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니퍼트 맞는데..."라고 입을 연 김태형 감독은 류중일 감독을 바라보며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바꿔줄 수 있는데"라고 당차게 말했다.
류중일 감독도 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차우찬으로 가겠다"며 뜬금없이 시작된 유쾌한 설전을 마무리지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2016 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에 참석한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감독들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뼈가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개막전 선발투수를 두고 주고받은 류중일 감독과 김태형 감독의 농담은 오프닝이었다.
문학구장에서 개막전을 치르는 SK와 kt도 가벼운 신경전으로 몸을 풀었다. 먼저 김용희 SK 감독이 김광현을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하자 조범현 kt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작년에 김광현의 공을 잘 쳤다. 올해도 선수들을 믿겠다"며 웃었다.
LG와 한화가 맞붙는 잠실 개막전은 5개 구장 중 유일하게 개막전 선발투수가 공개되지 않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오늘 새벽 3시까지 고민했는데 결정을 못했다. KBO에 물어보니까 굳이 답 안해도 된다고 하더라"며 웃자 양상문 LG 감독은 "제가 김성근 감독님 제자로서 야구를 많이 배웠다. 공개 안하셨으니까 저도 안하겠다"며 함께 웃었다.
지난해 두산을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의 입담이 단연 돋보였다. 재치와 여유가 느껴졌다.
김태형 감독이 본의 아니게 넥센을 도발했다. 5강에 오를 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하다가 "염경엽 감독님께는 미안하지만 전력이 빠져나가서 넥센은 빼고 싶다. 그 외에는 다 5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달라는 진행자의 재촉에 용기를 낸 것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웃으며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지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먼저 "마음 많이 상하셨죠?"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요즘 많이 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5강 팀은 넥센, 한화, NC 등 세 팀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두산을 제외한 답변으로 응수했다. 팬들은 재밌다는듯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5강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서로를 도발할까봐 경계했다. 그래도 속내를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시즌 6-10위 팀이 뒷자리에서 배정받은 것을 두고 "올해는 뒷자리에 앉은 팀들이 5강에 들어가지 않나 싶다"고 말해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양상문 LG 감독도 "약자가 강자가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팀들이 5강 가면 좋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