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각 부분 수상자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제공)
마치 모델들을 보는 것 같았다. 늘상 유니폼만 입었던 배구 선수들이 지겨운(?) 유니폼을 잠시 벗어두고, 깔끔한 수트와 화려한 드레스로 팬들의 눈을 확 사로잡았다.
수상자들의 입답은 시상식의 보너스였다.
모델 못지 않았던 패션 센스와 화려한 언변까지. 29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V-리그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런웨이로 변한 시상식장남자 선수들은 수트를 차려입고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체격 조건이 좋은 덕분에 수트만 입어도 빛이 났다.
반면 여자 선수들은 평소 보여주지 못했던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한유미(현대건설)는 옆구리 부분이 파인 검정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동료들의 박수를 받았고, 김수지(흥국생명)는 팀 상징색인 핑크색 수트를 차려입었다. 양효진(현대건설), 이재영(흥국생명), 강소휘(GS칼텍스) 등은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선보였고, 김사니(IBK기업은행)와 황연주, 에밀리(이상 현대건설)는 한복 차림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베스트 드레서상은 이다영(현대건설)과 한상길(OK저축은행)에게 돌아갔다.
이다영은 어깨를 노출한 하얀 롱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 한상길은 어두운 색 위주의 수트 속에서 붉은색 수트를 입고 나타났다. 둘은 1000만원 상당의 웨딩상품권을 받았다.
한상길은 "오늘 노렸다"면서 "상품이 웨딩상품권인데 장가갈 때가 됐다. 잘 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짜 꽃다발을 하나도 안 주네요"OK저축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이끈 김세진 감독은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과 함께 감독상을 받았다.
그런데 김세진 감독을 축하해주러 나오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뭔가 이상했다. 시상식이면 으레 선수단에서 꽃다발을 주기 마련. 함께 무대에 오른 양철호 감독은 양효진 등 선수들이 꽃다발을 안겨준 터라 김세진 감독은 더 초라해보였다.
김세진 감독은 "짐이 되니까 하지 말랬더니 진짜 꽃다발을 하나도 안 주네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신인상 수상자인 나경복(왼쪽)과 강소휘.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제공)
◇"서른일곱입니다. 만으로요."남자부 베스트7 리베로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여오현(현대캐피탈)의 한 마디였다.
1978년생, 우리 나이로 어느덧 서른아홉이 된 여오현은 기록 60%, 기자단 투표 40%를 더해 당당히 리베로 부문 수상자가 됐다. 부용찬(KB손해보험), 정민수(우리카드), 오재성(한국전력), 곽동혁(삼성화재), 정성현(OK저축은행) 등 한참 어린 경쟁자들을 제쳤다.
하지만 나이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살짝 답을 주저했다. 여오현은 "서른, 아니 마흔, 아니 서른일곱"이라면서 "만으로"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소방차 아닙니다. 우리는 시간차예요."
시상식의 초대 가수는 가장 핫한 걸그룹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3인조 댄스 그룹 시간차였다. 안우재와 정동근, 황두연 등 신인 3인방이 시상식을 위해 만든 그룹이었다. 셋은 소방차의 노래에 맞춰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상 받았으니 두 시간 늦게 들어갈게."MVP의 주인공은 문성민(현대캐피탈)이었다.
평소 말 주변이 없기로 유명한 문성민이지만, 생애 첫 MVP의 기쁨에 숨겨둔 말솜씨를 뽐냈다. MVP를 받은 만큼 아내에게 집에 늦게 들어가겠다는 양해를 구해 시상식장에 있던 선수들을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