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마신'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공식 개장 경기이자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과 공식 개막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대구=황진환 기자)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두산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선발 등판하는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5)에 대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니퍼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4경기 1승2패에 평균자책점(ERA)가 무려 11.02에 이르렀다. 16⅓이닝 동안 20점을 내줬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에는 구속과 구위가 올라왔다"면서 "구속 문제라면 걱정하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시범경기인 만큼 변화구 각도 등 이런저런 시험을 한 것 같다"면서 "어쨌든 우리 팀의 에이스다. 계속 개막전 선발로 던졌는데 미리 준비를 시켰다"고 강조했다.
삼성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인 데다 이날은 삼성에게는 더욱 특별한 경기였다. 바로 34년 동안 사용한 대구시민구장을 떠나 신축구장에서 열리는 첫 공식 경기.
2만4000명 만원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삼성과 대구 시민의 잔칫날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까지 시구자로 나서 삼성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미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달 28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번만큼은 니퍼트를 꼭 깨보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낸 터였다. 니퍼트는 알려진 대로 삼성의 천적, 역대 삼성전에서 23경기 14승2패 ERA 2.59의 철벽투를 선보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에서도 2경기 1승 9⅓이닝 무자책점의 완벽투로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했다.
'삼성 파이팅!' 피겨 스타 김연아가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두산의 개막전 시구자로 나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대구= 황진환 기자)
과연 니퍼트는 두산의 에이스였다. 시범경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실전 모드로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삼성 필승의 의지는 또 한번 니퍼트라는 거대한 벽에 막혔다.
역시 니퍼트는 '삼성 킬러'다웠다. 이날도 니퍼트는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1볼넷 6안타로 삼성 타선을 1점으로 막아냈다. 최고 구속 153km의 묵직한 직구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로 효율적으로 섞었다. 니퍼트의 역투에 시범경기 1위 삼성 타선은 침묵했다.
아직 영점이 잡히지 않았던 1회 실점이 유일했다. 1사 후 아롬 발디리스, 최형우, 이승엽에게 연속 3안타로 첫 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 6회까지 5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준 게 전부였다.
타선도 에이스에게 힘을 실어줬다. 0-1로 뒤진 2회 최주환의 희생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2-1로 역전한 두산은 3회 양의지가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라이온즈파크 개장 1호 우월 홈런(2점)을 날려 4-1까지 달아났다.
니퍼트가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에 내려온 8회는 민병헌이 1점 우월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후 두산은 함덕주-김강률-이현승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삼성의 추격을 막아냈다.
결국 두산은 니퍼트의 호투를 발판으로 공식 개막전에서 5-1 승리를 거두고 기분좋게 2연패를 향한 첫 단추를 뀄다. 반면 삼성은 또 다시 니퍼트의 벽에 막혀 역사적인 라이온즈파크 개장 경기에서 패배를 맛봤다. 203cm의 거인 니퍼트는 그야말로 삼성에게는 '통곡의 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