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이 흘리는 눈물에는 우리 사회의 뒤틀린 현실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 것인가. 세월호 다큐멘터리 '업사이드 다운'이 우리에게 던지는 본질적 질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들과 '업사이드 다운'은 그 노선이 확연히 다르다.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보다는, '왜'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춘다.
'왜' 세월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사망자들은 구조될 수 없었는지, '왜' 언론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면서 자극적으로 사건을 다뤘는지. 한 마디로 원인을 진단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업사이드 다운'에 등장하는 세월호 유가족은 네 명의 아버지다. 영화는 인터뷰를 통해 이들 개개인이 간직한 내면의 상처에 집중한다.
저마다 아이들과의 추억과 사연은 모두 다르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행복하게 웃다가도, 하나 같이 악몽같은 세월호 사고를 떠올린다. 세월호에 대한 기억과 아픔은 회한의 눈물이 되어 흐른다. 아버지들은 모두 좀 더 안아주고, 사랑해 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
그 순간 이들은 미디어와 정당들이 씌운 '세월호 유가족 집단'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떠난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가 된다.
이후 이야기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로 채워진다. 정치·법·심리·노동·과학·언론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각적으로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다. 이들의 이야기 또한 모두 다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하나의 구심점으로 흘러간다.
세월호 사고는 결국 '상식'과 '도덕'이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참사였다. 아이들과 아버지의 꿈이 뒤집힌 것은 결코 불운이나 우연이 아니었다.
관계자들은 세월호의 위험을 알면서도 눈 감았고, 참사가 일어난 후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정부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처럼 이슈만 쫓기 바쁜 언론은 기능을 상실했다. 그 사이,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지친다'며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를 애써 외면했다.
모든 것이 '자본'과 '효율'로 환산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적인 가치들은 힘을 잃는다. 사람들은 아픔을 빨리 잊고 싶어 하고, 공감 능력조차 잃어 버린다.
심리학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만약 '세월호'에 둔감해지게 되면 이보다 더 큰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사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궁극적으로 이 사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참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가 다른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