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각각 케이티와 두산 원정에서 나란히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아쉬운 수비를 펼쳤던 KIA, 넥센 유격수 김주형(왼쪽)과 김하성. 그러나 만회를 한 부분에서 희비가 갈렸다.(자료사진=KIA, 넥센)
야구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격에서 점수를 많이 뽑는다 해도 수비에서 실점이 줄줄 새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야신' 김성근 한화 감독이 이른바 '지옥의 펑고'를 하는 이유다.
특히 투수들은 아쉬운 수비에 일순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평범하게 넘길 만한 상황이 수비 때문에 위기로 돌변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짓누르기 때문이다. 10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도 이런 장면들이 나왔다.
먼저 KIA 유격수 김주형이 아쉬운 실책으로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주형은 이날 케이티와 수원 원정에서 2회말 무사 1루에서 박경수의 땅볼을 잡았다. 여기까지는 6-4-3의 병살타가 될 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주형이 2루수에게 던진 송구가 어정쩡하게 빠지면서 옆으로 흘렀다. 2사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 흔들린 KIA 선발 윤석민은 밀어내기를 포함해 4사구 3개와 적시타 2개 등으로 5점을 내줬다.
결국 윤석민은 4이닝 5탈삼진 7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주형의 실책으로 자책점은 4개였다. 3회도 김주형은 윤요섭의 땅볼을 흘렸다. 전날까지 6경기 44이닝 무실책에 수비율 10할을 기록했던 김주형이 하루에 2실책을 범한 경기였다.
김주형은 올 시즌 유격수로 변신해 나름 성공적으로 적응 중이었다. 그러나 이날 어쨌든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김주형은 1-7로 뒤진 4회 솔로포를 날리는 등 실책을 다소 만회했다. 그러나 팀의 6-9 패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IA는 2회 대량실점의 여파가 너무 컸다.
김주형은 5-9로 뒤진 7회 1사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의욕을 보였지만 아웃이 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날 김주형은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타석에서는 만점이었지만 수비에서는 2실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주형으로서는 좋은 공부가 된 경기였다.
▲'아쉬운 판단 미스' 김하성, 추격 득점, 결승 타점으로 만회넥센 유격수 김하성도 마찬가지였다. 김하성은 이날 두산과 잠실 원정 4회말 수비에서 아쉬운 판단으로 대량실점의 계기를 내줬다. 2사 만루에서 김하성은 정수빈의 다소 깊숙한 타구를 잘 잡았다. 여기까지는 이닝을 마무리할 만한 장면이었다.
이때 김하성은 2루 대신 1루 송구를 택했다. 2루수 서건창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와 토스를 했다면 1루 주자 허경민을 잡아낼 만했다. 그러나 김하성은 지체없이 1루로 뿌렸고 합의 판정 끝에 세이프가 됐다. 두산에서 가장 빠른 좌타자 정수빈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3루 주자뿐만 아니라 다른 주자들까지 한 베이스씩을 더 갔다. 2루 주자 김재호가 홈을 파고들었고, 허경민도 3루까지 달렸다. 1-1로 팽팽했던 승부는 일시에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두산은 후속 민병헌의 좌전 안타로 4-1로 앞서갔다. 양훈은 6이닝 4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기회를 잃었다.
다만 김하성은 만회에 성공했다. 2-4로 뒤진 7회 2사에서 김하성은 중전안타로 출루해 서건창의 2루타 때 추격을 알리는 득점에 성공했다. 넥센은 이어 고종욱의 적시타로 4-4 동점을 이뤘다.
김하성은 내친 김에 역전 타점까지 올렸다. 4-4로 맞선 8회 1사 만루에서 김하성은 깊숙한 우익수 희생타로 5-4 역전을 이끌었다. 결국 넥센이 5-4 승리를 거두며 김하성이 결승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이 승리로 넥센은 5승3패,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같은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유격수 김주형과 김하성. 그러나 둘의 마지막 결과는 희비가 엇갈렸다. 둘은 모두 이제 유격수 풀타임 1년차와 2년차다.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