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했어, 건창아' 염경엽 넥센 감독(왼쪽)이 10일 두산과 잠실 원정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주장 서건창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자료사진=넥센)
넥센은 최근 리그를 지배했던 '홈런 군단'이었다. 2011년 팀 홈런 꼴찌(79개)였던 넥센은 2012년 2위(102개)로 도약하더니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25개-199개-203개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런 무시무시한 장타력으로 넥센은 3시즌 연속 가을야구에 나섰다. 2013년과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넥센은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KS)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넥센의 대포는 올해 문수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리그 최초 4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른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진출했고,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유한준도 케이티로 이적했다. 2014시즌 40홈런을 날린 강정호(피츠버그)도 이미 빠진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넥센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홈런 최하위다. 11일 현재 4개로 KIA와 함께 가장 적다. 그나마 KIA는 7경기를 치렀지만 넥센은 9경기다. 평균 0.44개로 2경기당 1개가 채 되지 않는다. SK(10개), 케이티(9개), LG(8개) 등의 절반 수준이다.
장타율도 바닥권이다. 3할5푼5리로 NC(3할5푼3리)에 간신히 앞선 9위다. 1위 롯데(4할3푼2리), 2위 삼성(4할2푼6리) 등과는 8푼 정도 차이가 난다.
▲득점권 타율-볼넷-도루 1위→득점, 성적도 1위하지만 넥센은 1위다. 5승3패1무로 10개 구단 중 당당히 선두다. 지난해 KS 우승팀 두산(4승3패1무)과 5승4패 공동 3위 그룹 3개 팀에 0.5경기 차로 앞선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순위다.
떨어지는 장타력을 집중력과 기동력으로 메워주고 있다. 넥센은 득점권 타율에서 1위를 달린다. 3할4리로 KIA(3할2리)와 함께 유이한 3할대다. 넥센의 팀 타율은 2할6푼으로 5위다. 넥센은 볼넷도 1위(49개)다. 평균 5.44개인데 2위 삼성(38개)은 평균 4.75개다. 그만큼 타석에서 집중력 있게 승부를 펼친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동력도 뒤지는 장타력에 따른 진루 능력을 벌충한다. 넥센은 팀 도루 1위를 달린다. 10개 팀 중 유일한 두 자릿수 도루(11개)다. 물론 실패도 1위(8개)다. 성공률도 9위(5할7푼9리)다.
그러나 두려움 없이 달린다. 그게 박병호가 빠진 넥센이 살 길인 까닭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범경기 때부터 "올 시즌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결과 넥센은 득점 1위다. 9경기 48개, 5.33점으로 2배 이상 홈런을 날린 케이티(5.22점)에 오히려 더 앞선다. 홈런 1위 SK는 득점 6위(9경기 36점)에 불과하다. 효율에서 넥센이 낫다는 뜻이다.
분명히 넥센은 타선의 무게감이 예년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넥센의 힘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