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LG 오지환이 12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6회말 3루 쪽 내야 안타를 때려낸 뒤 1루로 전력질주하고 있다.(잠실=LG 트윈스)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롯데의 시즌 1차전이 열린 12일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소화하던 LG 내야수 오지환(26)은 사뭇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이 그의 시즌 첫 경기였기 때문이다.
팀의 주전 유격수인 오지환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월22일 한화와 연습경기 도중 2루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왼 무릎 내측인대 손상을 입었다. 때문에 시범경기와 정규리그 개막 7경기를 걸러야 했다.
오지환은 모처럼 둘러싼 취재진을 보더니 "사실 그동안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했더니 기사가 없길래 잊혀지는구나 싶었다"면서 "이렇게 주목받는 게 그리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사실 오지환은 생애 첫 홈 개막전을 고대해왔다. 2009년 데뷔한 오지환은 그동안 한번도 잠실 홈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LG가 그동안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면서 홈 개막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까닭이었다.
개막전 대진은 통상 두 시즌 전 성적순으로 홈팀을 배정한다. 2013년에는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두산에 성적이 밀려 지난해 잠실 홈 개막전을 양보해야 했다. 다만 2014년 포스트시즌에 나선 LG가 9년 만에 올해 개막전을 잠실 홈에서 치르게 됐다.
하지만 오지환은 만원 관중이 들어찬 지난 1일 한화와 개막전에 아쉽게 출전하지 못했다. 오지환은 "부상에서 재활을 하는 동안 간절함이 생겼다"면서 "그동안 없었던 만큼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이어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 전 10분 동안 명상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오지환의 개막전은 오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오지환은 비록 늦었지만 특별하고 짜릿했던 자신만의 홈 개막전을 치렀다. 팀의 개막전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아쉬워 할 필요는 없었다. 그 이상의 극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6회 대량득점 신호탄-7회 재역전 징검다리이날 오지환과 LG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선발 헨리 소사가 강민호의 2점 홈런 등 1회초에만 대거 4실점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1회말 곧바로 반격에 성공해 3점을 따라붙었지만 5회까지 3-4로 끌려갔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힘을 냈다. 오지환은 6회말 대반격의 물꼬를 텄다. 1사에서 오지환은 상대 두 번째 투수 이정민으로부터 3루 쪽 깊은 내야 안타를 날렸다. 대량득점의 신호탄이었다.
4, 5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이정민은 여기서 흔들렸다. 이후 정주현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고 강판했다. 오지환은 전력질주로 값진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 LG는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내야 안타와 이천웅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4점을 더 내며 8-4까지 달아났다.
'더 이상 눈물 왕자는 없다' LG 이형종이 12일 롯데와 홈 경기에서 7회 2타점 적시타를 때린 뒤 박용택의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잠실=LG)
롯데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7회 정훈, 김문호, 손아섭, 최준석의 4연속 적시타로 8-8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3연패를 끊으려는 LG의 의지가 더 강했다. LG는 7회말 곧바로 반격했다. 여기서도 오지환이 대량득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냈다. 무사에서 유강남의 안타 뒤 오지환은 상대 좌완 불펜 김유영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이후 LG는 정주현의 투수 땅볼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 이형종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박용택의 1타점 2루타가 나와 11-8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지환은 천금의 수비도 펼쳤다. 11-10으로 추격당한 9회 1사 1, 2루. 오지환은 황재균의 깊숙한 내야 안타 때 강력하고 정확한 송구로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리던 2루 주자 손아섭을 잡아냈다. 이어 대타 짐 아두치의 빗맞은 동점 적시타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역전을 막아낸 값진 호수비였다.
결국 LG는 연장 10회말 12-11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3연패를 끊고 4승4패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두 이천웅과 정상호의 안타, 대타 서상우의 고의 4구로 이어진 1사 만루. 정주현이 롯데 마무리 손승락을 상대로 끝내기 희생타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비록 오지환은 10회 마지막 타석에서 서상우와 교체됐지만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과 호수비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비록 사상 첫 개막 연이틀 연장 끝내기의 감격은 누리지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짜릿하고 특별했던 끝내기로 장식된 오지환의 2016년 첫 홈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