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청와대 제공)
4·13총선 참패로 국정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패배 수습'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국정운영 기조 전환이나 인적쇄신 단행 등에도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14일 "경제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의 길로 대한민국 경제 틀을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청와대가 '국회 심판론'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밀어붙였던 경제활성화 기조에 경제민주화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면전 예고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와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과반 상태의 19대 국회에서라면 간단히 무시됐을 이같은 야당의 패러다임은 20대 국회에서는 무게가 달라진다. 정의당과 친야 무소속, 국민의당 내 우호의석 등을 합치면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과반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을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외에도 무엇이든지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서는 정책 아젠다를 향후 제시할 수 있는 강자가 돼버렸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참패의 수렁에 빠져버렸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이인제·김을동·안대희 최고위원이 낙선하면서 여당 지도부가 내부붕괴하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정책 협의 대상마저 상실하게 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사진=윤창원 기자)
앞으로가 더 문제다. 패배 책임론으로 계파갈등이 불거지는 경우 여권의 내홍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서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으로 의석을 보강하자는 제안이 나오지만, 이 역시 계파간 이해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은 "내가 있는 한 이번에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은 절대 복당하지 못한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안팎에서는 부분적 개각이나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인적쇄신을 통한 국정동력 회복 시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병기 비서실장이나 현기환 정무수석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임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총선 전 이뤄진 신동철 정무비서관의 사의표명과 맞물려 청와대 인적쇄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개에 휩싸여 있는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
다만 총선 패배와 관련한 청와대 인적쇄신 단행은 총선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된다. "우리가 공천을 한 것도 아닌데, 여기서 책임을 지면 이상한 모양이 된다"(청와대 관계자)는 내부 지적도 있다.
개각의 경우는 당장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인물검증을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치러야 하는 과정을 감안할 때, 총선 수습용 쇄신으로 삼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청와대가 야당과의 적극적 소통 등 협력적 국정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근본적 해법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도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야당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청와대의 선택지 밖으로 밀려나 있다.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이날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선거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