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고려 5대 왕 경종의 왕후였던 천추태후는 아들이자 7대 왕 목종을 대신해 고려 최초로 섭정이 돼 정권을 장악한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와서 그는 나라를 망친 음란한 여인이라는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24일(일) 밤 9시 40분 KBS 1TV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왜곡된 여성 정치인 천추태후의 참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천추태후, 위험한 사랑에 빠지다' 편이 전파를 탄다.
친동생 헌정왕후와 나란히 고려 5대 왕 경종의 왕후가 된 천추태후. 그는 열일곱 살에 아들을 낳지만, 1년 뒤 경종이 죽으면서 과부가 된다. 당시 두 살이던 그녀의 아들 대신 친오빠 성종이 왕위에 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고려에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승려 행세를 하는 김치양이라는 사내가 천추궁을 출입하며 한 과부와 정을 통한다는 것이다. 그 과부가 바로 성종의 친동생 천추태후라는 소문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된 성종은 김치양을 장형으로 다스리고 먼 곳으로 유배 보낸다. 천추태후와 김치양, 두 사람의 위험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992년 천추태후와 성종의 숙부인 왕욱(王郁)의 집에 불길이 치솟는다. 이 사건으로 왕욱과 천추태후의 동생 헌정왕후가 정을 통하고,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이 발각된다. 이에 오빠 성종은 왕욱을 멀리 유배 보낸다.
과부인 두 여동생의 연인들을 잇따라 유배 보낸 성종. 그는 즉위 뒤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해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는다. 유교 사회에서 여성의 수절은 매우 중요시되는 덕목 중 하나다. 선대 왕 경종의 왕후였던 여동생들이 다른 사내를 만난다는 것은 유교를 받아들인 성종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결국 헌정왕후는 아이를 낳다 죽고, 왕욱 역시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때 태어난 두 사람의 아이가 훗날 천추태후의 권력 다툼에 불씨가 되는 대량원군이다.
997년 성종이 승하하고 천추태후의 아들 목종이 왕위에 오른다. 천추태후는 열여덟 살의 나이로 이미 성인이나 다름없던 목종을 대신해 고려 최초로 섭정을 시작한다. 정권을 장악한 천추태후는 유배 간 자신의 연인 김치양을 다시 불러들이고 그에게 벼슬을 내린다.
그리고 마흔 살 되던 해 김치양의 아들까지 출산한다.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아들은 과연 사랑의 결실이었을까. 아니면 천추태후의 정치적 계략이었을까.
이후 천추태후는 조카 대량원군을 승려로 만들어 절로 보내고 궁녀를 보내 독살까지 시도한다. 그녀는 왜 대량원군을 죽이려고 했을까.
고려를 뒤흔든 천추태후와 김치양의 사랑 이면에는 고려의 미래를 둘러싼 두 세력의 치열한 다툼이 숨어 있다. 치정과 정치를 넘나드는 천추태후의 삶이 역사저널 그날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