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가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유니폼을 착용하는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메이저리그(MLB)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안한 비공개 경쟁입찰(포스팅) 금액 상한선 논의가 일단 유예됐다.
KBO는 28일 "오는 5월 15일 만료 예정이던 한·미 선수 계약 협정과 관련해 MLB 사무국이 내부사정으로 만료일을 내년 3월 1일로 연장해줄 것을 요청해와 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3월 1일까지 포스팅 시스템을 포함해 신분조회 등 양 기구의 선수 계약과 관련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단 올 시즌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어 MLB로 진출하는 비FA(자유계약선수)는 상한선 없이 포스팅을 진행한다. 당초 MLB는 지난 2월 KBO에 포스팅 상한액을 800만 달러(약 93억 원)으로 맞추자는 개정안을 보내온 바 있다.
포스팅 금액은 KBO의 비FA가 MLB로 진출할 경우 구단의 배타적 우선협상권에 대한 대가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MLB 구단이 해당 선수와 1개월 동안 협상할 수 있다. 그 금액은 소속 구단에 이적료로 지급된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 포스팅 금액도 치솟아 정작 선수에 대한 연봉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박병호(미네소타)는 포스팅 액수가 1285만 달러였지만 4년 보장 연봉은 1200만 달러였다. 미네소타가 부자 구단이 아닌 까닭에 선수 영입에 대한 총액은 정해졌는데 포스팅 금액에 많은 비중을 두다 보니 선수 연봉이 줄어든 결과였다.
따라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MLB 구단에도 기회를 주고, 선수가 구단을 택할 권리를 넓히자는 명분으로 포스팅 상한액 제안이 나온 것. 이미 일본은 2000만 달러로 상한선이 정해졌다.
하지만 KBO 리그는 일본의 40%에 불과한 상한액이 설정돼 반발이 심했다. 리그의 자존심과 결부되는 데다 KBO 리그 구단이 이적료가 적어 해외 진출을 거부할 경우 선수에게 피해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800만 달러 상한선 제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 3월 1일 재협상을 하는 만큼 MLB에서 다시 상한액을 제안할 수 있다. KBO는 "상한선 제한은 무효가 됐다"면서 "이제 원점에서 재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논의까지 충분하게 여론과 의견을 수렴해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박충식 사무총장은 포스팅 상한액과 관련해 "선수를 위해서는 포스팅 상한선이 정해지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지원을 해온 KBO와 구단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