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극사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원로연극제'가 오는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한국 연극사의 산 증인인 김정옥(85), 오태석(77), 하유상(89), 천승세(78)의 작.연출로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연극계의 한 획을 그은 산 증인들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고 설명했다.
작품으로는 9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태(胎)>를 비롯하여, <그 여자="" 억척="" 어멈="">, <딸들의 연인="">, <신궁>으로 예술적으로 검증 받았던 작품들이 6월 한 달간 관객을 찾는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6월 3일부터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김정옥 작∙연출의 <그 여자="" 억척="" 어멈="">이 오른다.
이 작품은 배우 배해선이 1인 4역을 하는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우선 1인칭 시점인 자신, 1951년 한국전쟁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역을, 브레히트의 '억척 어멈'의 억첨어멈 역, 조선 시대 동학란을 배경으로 한 억척어멈 역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1997년 여배우 박정자가 동숭동 '학전' 소극장에서 한 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어서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 호평을 받고 일본 전국을 순회 공연 했다.
두 번째 무대로 6월 3일부터 1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태(胎)>는 오태석이 9년 만에 작∙연출을 도맡아 무대에 올린다.
‘태(胎)’는 1974년 초연 이후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인도에서의 공연 등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으로 한국 현대 희곡 중에 손꼽히는 명작 중의 하나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인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과연 죽음을 뛰어넘어 존속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박중림(박팽년의 아버지) 역은 배우 오현경(80)이 맡았다.
세 번째 작품으로 6월 4일부터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하유상 작, 구태환 연출의 <딸들의 연인="">이 무대에 오른다.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던 이 작품은 당시 전장의 상흔이 남아있던 시기에 ‘자유연애’라는 소재를 다룬 내용으로 이후 몇 차례에 거쳐 리메이크 및 지금까지 종종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박윤희, 배상돈, 황세원 등의 배우가 출연하는 본 극은 격동의 1950년대를 자유연애와 결혼에 대한 희극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마지막 작품인 <신궁>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6월 17일부터 26일까지 오른다.
‘신궁’은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어촌인의 실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으로, 본래 1977년에 발표된 천승세의 중편소설이다.
이번 원로연극제를 위해 천승세 작가는 소설을 극본으로 각색하여 초연무대를 올린다.
무속과 토속적 방언이 작품 전체에 흘러 넘치는 이 작품은 이승옥, 정현, 정상철, 기정수, 이봉규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