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 몸속의 우주'는 인간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에 대해 두루 다룬 과학교양서다. 우리 몸속과 피부 표면에 사는 약 100조 개의 미생물들은 우리의 건강, 성격, 수면 패턴, 좋아하는 음식, 심지어 모기에게 물릴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측면에 관여한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까지 미생물이 체내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인간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소아과 교수인 롭 나이트와 과학 저널리스트인 브렌던 불러는 우리 몸속 미생물 세계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새롭게 밝혀진 흥미로운 미생물 상식을 전달한다. 또한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식단 선택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더불어 난치의 영역에 남아 있는 여러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살펴보며, 인간이 보다 건강한 삶을 지속해나가는 데 미생물이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 몸속 곳곳에 분포해 있는 다양한 미생물은 대사 과정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그것을 통해 우리 몸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떤 영양소와 독소에 노출되는지,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모두 관여한다. 장 속뿐 아니라 입과 위, 심지어 생식기에 저마다 다른 미생물이 존재하며, 우리 몸의 작용에 매우 밀접한 영향력을 갖는다. 한마디로, 미생물이 우리 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제왕절개를 할 경우, 자연분만 상황에서 산도를 통해 태아가 지니는 미생물 대신 성인의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자리잡게 된다. 우리가 먹는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육류 위주의 식단을 즐기는 미국인과 유럽인의 장에는 박테로이드가, 곡류와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남미인과 아프리카인의 장에는 프레보텔라균이 서식하고 있다. 식습관에 따라 우리 몸의 미생물 생태계가 다르게 형성된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은이는 특히 항생제의 남용을 경계하며, 내성을 지닌 세균이 살아남아 훨씬 강력한 후손인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를 만들어내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인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의학 발전에 공을 세운 '약'이지만, 쓰임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미생물총 유전자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생물 연구를 통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최신 연구결과를 통해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워싱턴 의과대학에 연구에 따르면, 비만 마우스의 미생물을 정상 체중의 마우스에게 이식했더니 곧 체중 증가 양상을 보였다. 반대로 정상 체중의 마우스에게서 분리한 세균을 비만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노출시키면 체중 증가를 막아주는 미생물 집단 설계가 가능했다. 즉 인간의 경우에도 직접 더 우수한 미생물총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미생물 실험의 최종 목표는 결국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일 테다. 이미 프리바이오틱스 등을 통해 좋은 세균을 몸속에 공급해 건강을 증진하려는 이들이 많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대변 이식'이라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실현될 예정이다. 건강한 이의 대변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환자의 몸속에 주입해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미생물 치료의 영역은 감염성 질환뿐 아니라 자폐증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생물은 면역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뇌신경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통해 천연 신경안경제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롭 나이트 교수는 말한다. "질병, 심지어 뇌질환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찾아내고 그 물질을 생산하거나 제거하는 세균을 분리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하다."
미생물총 유전자를 활용한 연구는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우리 몸속 미생물총 유전자 지도를 만든다거나, 현재의 신분증보다 훨씬 정교한 미생물 신분증을 만드는 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