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와 수원 삼성의 '수원 더비' 기자회견.
유럽축구에는 유명한 연고지 더비가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북런던 더비(아스널-토트넘)와 맨체스터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이탈리아 세리에A 밀라노 더비(AC밀란-인테르 밀란) 등이 있다. 팬들에게는 축제이자, 또 전쟁이다.
K리그에는 그런 더비가 없었다. 1996년 이전에는 일화와 유공, LG가 서울을 공동 연고로 쓰긴 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연고지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오히려 기업들의 맞대결이 주목을 받았다. 이후 K리그에는 한 도시, 한 구단이라는 개념이 박혔다.
덕분에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등 몇몇 더비들이 존재했지만, 진짜 연고지 더비는 없었다.
그런 K리그 클래식에 처음으로 연고지 더비가 열린다. 바로 '수원 더비'다.
'수원 더비'는 내셔널리그를 거쳐 챌린지 리그에 속했던 수원FC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면서 성사됐다. 양 팀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과 수원종합운동장의 직선 거리는 고작 2.3km에 불과하다. 자동차로는 10분 정도 걸린다. 더비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수원 더비'는 수원 시민들에게 축제다. 물론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팬들은 따로 있기에 수원 축구의 진짜 주인을 가리는 전쟁이기도 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한국 최초의 지역 더비라는 새로운 형태의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면서 "수원을 같이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물론 내용도 뛰어나야 한다. 누가 이겨도 수원이 승리하는 '꿈의 더비'라는 역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감독들도, 선수들도 '축제'를 강조했다.
수원FC 조덕제 감독은 "이런 경기에 벤치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경기장에 오신 분들이 실망하지 않게 준비를 잘했다"고 말했고,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도 "K리그에서 처음 열리는 한 도시 더비다. 역사적인 경기에 수원 시민 여러분이 관중석을 꽉 채워준다면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FC 주장 이승현은 "더 멋진 축제를 위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고,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도 "너무 기대가 된다. 어느 지역도 가질 수 없는 K리그 첫 더비다. 첫 경기를 잘해야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수원 더비에 쓰일 공인구.
수원시에서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원종합운동장부터 수원시청 앞 사거리까지 양 팀 각 300개씩 총 600개의 구단 깃발을 걸었다. 이른바 '더비 거리'다. 또 경기 후에는 수원시청 앞 사거리부터 문화의 전당까지 1km 거리에 승리 팀 깃발을 걸어 '승리의 거리'로 만든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첫 더비인 만큼 공인구도 특별하다. 기존 공인구에 두 구단의 엠블럼을 모두 박았고, 중앙에는 수원을 한자로 썼다. '수원 더비'의 경기 날짜와 장소 등도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