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현대상선이 독자생존을 위해 넘어야 할 중대 고비를 맡고 있다.
현대상선은 독자생존에 필요한 핵심 변수 중 하나인 용선료 인하를 위해 18일 해외선사들과 담판을 벌인다. 협상결과에 따라 현대상선이 독자생존할지 아니면 법정관리로 갈지 운명이 갈릴 수 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여온 5개 해외선사들을 서울로 불러 18일 용선료 인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설정한 협상 시한은 20일이다.
현대상선이 배를 빌리고 용선료를 주는 해외선사는 모두 22곳이지만 전체 용선료의 70%가 이들 5개 컨테이너선사들에 지불되고 있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을 자구노력과 함께 독자생존에 필요한 가장 핵심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용선료 협상과 각종 자구프로그램이 제대로 안되면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용선료 협상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면하고 독자 생존하기 위해 넘어야할 가장 중요한 고비 중 하나로 간주된다.
산업은행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그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산은의 강경 입장은 현대상선과 해외선주들에게 용선료 인하를 압박하는 측면도 있지만 실제 협상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용선료로 9천700억 원을 지불했다. 1년 매출의 17%에 해당한다.
채권단은 용선료를 인하하지 않는 한 자금을 지원해도 선사들 주머니에 들어갈 뿐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용선료를 지금의 70%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용선료 인하는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에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다.
채권단은 할인된 용선료를 출자로 전환하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해 협상 타결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경우 향후 회사가 정상화돼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선사들도 과실을 얻게 돼 용선주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용선료 담판을 하루 앞둔 17일 산은은 현대상선의 은행대출과 회사채 등 1조4천억 원의 부채 가운데 7천500억 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머지 부채도 연 5~6% 수준인 이자를 1%로 낮추고, 상환 기간도 늦춰줄 계획이다. 이 같은 채무조정안에 대해 채권은행들은 오는 24일까지 동의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채무조정방안은 용선료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현대상선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이 같은 조치는 이번 용선료 협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기존 용선료 계약도 무효가 돼 기존 선사들이 한푼도 못건질 수 있다. 채권단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출자전환을 통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외국 선사들도 손실 분담에 동참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동안 협상 자체를 거부하던 조디악 등 두 회사가 이번 협상에 참석하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고, 납득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펼친다면 부채의 출자전환과 함께 최근 배제된 해운동맹의 추가 합류 가능성도 생기면서 독자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