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이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임명 및 혁신위원회 구성에 실패한 이유는 친박계의 조직적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불참이 예상됐는데도 회의를 무방비로 강행한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 부재가 한 몫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정진석, 상임전국위 불발에 ‘버럭’…“비대위원장 안 맡겠다”비대위원장 선임과 혁신위원회 전권 부여를 위한 상임 전국위원회는 비공개로 실시될 예정이었다. 시작 전부터 입출입이 통제됐다.
참석했던 당 관계자는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던 회의장 분위기를 자세히 설명했다.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상임 전국위원은 모두 30명이었다고 한다. 총원 52명의 의결 정족수가 27명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원이 쉽지 않았다. 참석 인원은 22명에 그쳤다. 친박계 의원 몇몇이 ‘불참 촉구’ 전화를 돌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친박계의 방해로 회의가 무산됐다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비대위원장과 혁신위원장에 각각 내정됐던 정 원내대표와 김용태 의원이 격한 반감을 표출했다.
김 의원은 “공천을 망치고 총선을 망친 집단이 결국 당까지 망치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상임 전국위가 개회되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 당내 따가운 시선…“원내대표 책임 큰데 적반하장”정 원내대표가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계파를 막론하고 비판이 제기됐다.
한 당직자는 “회의 참석 대상 중 상당수가 19대 국회 때 사람들이라 낙선자의 경우 불참이 예상됐지만, 소집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관계자는 정 원내대표 측이 ‘친박계의 자폭 테러’라며 내놓은 반응을 문제 삼았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원 대부분을 비박계로 구성한 이유를 해명하지 않았다”며 “화를 낼 당사자는 정 원내대표가 아니라 헛걸음한 당원들”이라고 꼬집었다.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이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못해 참담하다”며 당원에게 대신 사과했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전국위원회 회의장을 떠나며 “국민 앞에 부끄러움도 없다는 말이냐”며 혀를 찼다.
◇ 정진석號, 출항 2주 만에 좌초?
비대위 무산을 기점으로 정 원내대표의 정체성이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이동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물밑지원'을 했던 친박계의 비토로 혁신 구상의 날개가 꺾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정 원내대표는 믿지 못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를 맡겼더니 혁신위를 만들어 비박계에 헌납하는 오류를 저질렀다고도 했다.
친박계 일부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참에 정 원내대표를 주저앉히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조기 퇴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계파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비판과도 마주했다. 혁신위원장 추인 무산에 직을 내던진 김용태 의원은 “앞으로 국민과 당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시한 사람들과 싸우겠다”며 친박계에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때문에 비대위와 혁신위 구상과 더불어 향후 거취도 불안해졌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른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의 반발로 사퇴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례와 비교하며 “당선자 총회에서 전국위 불발의 책임론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그때보다 의원 숫자도 적어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