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셀까' NC 에릭 테임즈(오른쪽)는 2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시즌 16호 아치를 그리며 전 두산 타이론 우즈가 갖고 있던 역대 최소 경기 통산 100홈런 기록을 경신했다.(자료사진=NC, 두산)
'전지전능' 에릭 테임즈(30 · NC)가 또 한번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역대 최소 경기 통산 1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테임즈는 2일 경남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4회 2점 홈런을 날렸다. 0-1로 뒤진 무사 1루에서 상대 좌완 선발 유희관의 시속 116km 높은 슬라이더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 2014년 한국 무대를 밟은 테임즈의 개인 통산 100번째 아치다. 첫 시즌 37홈런을 날린 테임즈는 지난해 47개로 3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16번째 홈런을 통산 100개째로 장식했다.
이는 KBO 역대 최소 경기 100홈런이다. 314경기 만에 100개 고지에 오른 테임즈는 지난 2000년 '흑곰' 타이론 우즈의 324경기를 무려 10경기나 앞당겼다. 특히 우즈의 소속팀 두산을 상대로 넘은 기록이다.
KBO 역사에 또 한번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지난해 테임즈는 KBO 출범 뒤 최초로 40홈런-40도루 대기록을 작성했다. 또 리그 출범 첫 해 백인천(당시 MBC)이 세운 기록(7할4푼)을 넘는 장타율 7할9푼2리를 찍었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테임즈는 KBO 리그에 새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올해도 테임즈는 순항 중이다. 4월 타율 3할2푼9리 5홈런 17타점으로 출발이 살짝 아쉬웠지만 5월 타율 4할2푼3리, 10홈런 25타점으로 완전히 살아났다. 현재 타율 3할7푼3리(3위), 16홈런(1위), 45타점(3위)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471)과 장타율(.757)도 1위다. 이만하면 지난해 타율(.381), 득점(130개), 출루율(.497) 등 4관왕 성적에 손색이 없다.
▲차원이 달랐던 우즈, KBO 강타-우승까지이쯤 되면 역대 최고 외인이라 할 만하다. 테임즈는 놀랍고도 꾸준한 성적은 물론 성실한 자세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선수다. 연봉 150만 달러(약 17억 원), 역대 외인 타자 최고 몸값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테임즈가 진정한 역대 최고 외국 선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우승반지다. 팀을 정상으로 올리지 못하고서야 개인 성적만으로는 최고의 호칭에 2% 부족하다.
'네가 최고다' 지난 1999년 홈런왕 경쟁을 벌이던 삼성 이승엽(왼쪽)과 두산 타이론 우즈가 함께 포즈를 취했던 모습.(자료사진=삼성)
테임즈 이전 최고 외인 타자로 추앙받는 우즈는 해냈던 일이다. 우즈 역시 개인 성적도 빼어났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기에 역대 최고 외인 타자로 인정받았다. 테임즈처럼 KBO 역사를 새로 쓴 데다 우승반지까지 끼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외국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한국 무대를 밟은 우즈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두산의 전신 OB에 입단한 우즈는 가장 넓은 잠실을 쓰면서도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인 42개의 아치를 그렸다. 차원이 다른 파워와 클러치 능력을 뽐냈다.
126경기 타율 3할5리에 103타점을 쓸어담아 그해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이른바 '애국 투표'에도 이뤄낸 역대 최초 외인 수상이었다.(물론 우즈는 1루수 골든글러브 투표에서는 이승엽(삼성)에 뒤져 수상을 놓치기도 했다.)
그런 우즈는 2001년 팀을 정상에까지 올려놨다. 당시 한국시리즈(KS)에서 우즈는 6경기에서 타율 3할9푼1리 4홈런 8타점의 무시무시한 활약으로 최강 삼성을 허물어뜨렸다. 시리즈 MVP도 우즈의 몫이었다. 앞선 2000년 KS에서도 우즈는 3홈런을 날렸다. 정규리그는 물론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우즈, 4년차에 우승…테임즈는 과연?아직까지 테임즈는 KS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4년 테임즈는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로 준플레이오프에 나섰으나 LG 돌풍에 밀렸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두산에 밀려 KS 진출이 무산됐다.
올해는 테임즈나 NC에게 절호의 기회다. 투타에서 우승후보로 꼽힐 만한 전력을 갖췄다. 올해야말로 창단 첫 정상에 오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우즈도 KBO 리그 진출 3년차인 2000년에야 KS 무대를 밟았다. 이듬해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테임즈 역시 올 시즌이 한국 무대 3년차다. 만약 올 시즌 KS 우승을 거둔다면 우즈보다 1년 앞서는 셈이다.
'넘어갔다' NC 에릭 테임즈가 2일 두산과 홈 경기에서 4회 상대 선발 유희관으로부터 역대 최소 경기 통산 100홈런을 날리는 모습.(마산=NC)
그렇다면 테임즈는 우즈를 넘어 명실상부한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의 영예를 얻을 수 있다. 우즈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년 만에 이승엽에 의해 깨졌다. 이승엽은 1999년 무려 54홈런을 날렸고, 2003년에는 당시 아시아 최다인 56개 아치를 그렸다.
하지만 테임즈의 지난해 40-40 기록은 당분간 다시 나올 가능성이 지극히 적다. 100년이 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밖에 나오지 않았고, 70년이 넘은 일본에서는 1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인 까닭이다. 어쩌면 전인미답을 넘어 전무후무로까지 남을 수도 있다.
최고 외인의 화룡점정은 우승이다. NC는 이날 4-3 승리로 1위 두산에 5.5경기 차로 다가섰다. 테임즈는 이날 2타수 1안타(홈런) 2볼넷 2타점 2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역전 홈런에 이어 8회 결승 득점까지 기록했다.
과연 테임즈가 우즈를 넘어 역대 최강의 외인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아직까지 테임즈의 KBO 리그 역사 창조는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