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vs 기독교?' 지난 29일 KIA와 광주 원정에서 NC 2루수 박민우가 수비 도중 그라운드에 불교를 의미하는 '卍'(만) 자를 그리는 모습. 그 사이 KIA 2루수 서동욱이 새긴 십자가 모양도 보인다.(사진=KBS N 스포츠 화면 캡처)
프로야구에 때아닌 종교 논란이 벌어졌다. 경기 중 특정 종교를 의미하는 표식을 그라운드에 새긴 것이다.
지난 2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NC의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에서다. 양 팀 2루수가 그라운드에 새긴 문양이 화제가 됐다.
경기 중 NC 2루수 박민우가 수비 도중 외야 잔디 앞쪽 흙바닥에 한자로 '卍(만)' 자를 그리는 모습이 잡혔다. 불교의 표상으로 꼽히는 '卍' 자는 20여 개까지 불어났다. NC 관계자는 "박민우가 불교신자"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KIA 2루수 서동욱도 박민우가 그린 '卍(만)' 자 사이사이에 십자가 모양을 그렸다. 십자가는 기독교를 의미하는 문양이다. 때문에 서동욱이 종교적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서동욱은 우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서동욱은 KIA 관계자를 통해 "(박)민우가 평소 실책에 대해 부담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겠나 싶더라"면서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그렸겠거니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마음을 알기에 나도 종교가 기독교니까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십자가를 그렸다"면서 "종교적으로 대립하기 위해 의도를 갖고 그린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동욱은 또 "평소 박민우와 친분이 있었다면 그와 관련한 얘기를 나눴을 텐데 공수 교대 때 서로 지나치면서 웃었다"면서 "이게 문제가 될 건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망연자실' 지난 2014년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회 결정적 실책을 범한 NC 박민우(오른쪽)를 팀 선배 지석훈이 위로하는 모습.(자료사진=NC)
알려진 대로 박민우는 실책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14년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박민우는 1점 차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이병규(7번)의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1루 주자 문선재의 전력 질주로 1점을 내주면서 NC는 2-4로 졌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KIA와 경기에서도 박민우는 1회 2사에서 KIA 김주찬의 평범한 뜬공을 놓쳤다. 타구가 햇빛에 들어가 눈이 부셨던 탓이었다. 6회도 박민우는 실책을 범했다. 마음을 다잡을 계기가 필요했다.
그라운드에 새기는 종교적 문양에 대한 제재 규정은 딱히 없다. 2016년 KBO 리그 규정 '경기 중 선수단 행동 관련 지침' 9항은 "헬멧, 모자 등 야구용품에 지나친 개인 편향의 표현 및 특정 종교를 나타내는 표식을 금지한다"고 규정했지만 그라운드는 빠져 있다.
이에 대해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문제 소지는 있으나 제재 근거는 없다"면서 "그러나 그라운드를 움푹 파거나 하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심판부에서 제지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팀의 어필이 없으면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