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수상 불발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사태까지 솔직한 생각들을 밝혔다.
박 감독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가씨'의 칸영화제 경쟁 부문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해 "솔직히 아쉽긴 아쉬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상을 받으면 마케팅에 도움이 되고, 흥행에 잘 떠먹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상세한 이유를 덧붙였다.
'아가씨'의 주인공은 아가씨와 하녀, 두 사람의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을 억압하거나 이용하려는 남성들 사이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찾아 나간다. 그 과정은 상당히 풍자적이면서도 통쾌하게 그려진다.
박 감독은 "여성인 건 사실이지만 좀 더 넓게 약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떤 억압과 폭력 속에서 성장하거나 그런 상황에 놓인 두 약자가 힘을 합쳐 공포를 극복하고, 억압을 깨고 탈주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자신의 제작 의도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는 최근 '여성 혐오' 문제가 대두된 한국 사회와 맞물린다. 박찬욱 감독 또한 여성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나 여성들이 느끼는 억울함이나 공포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런 상황을 의식하면서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제를 두고 벌어진 갈등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오랫 동안 영화제에 참가했던 박찬욱 감독에게 이번 일은 후배들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운 사안이다.
박 감독은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를 상영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부산영화제에는 그 반대되는 보수적 이념의 영화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것만 잡아서 문제삼는다는 건 그게 바로 정치적인 것이고,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부산영화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해외 영화인들을 많이 만났다. 한국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