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한 발을 내딛었지만 정상화까지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았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총회를 통해 초대 민간인 조직위원장 자리에 내정됐다. 이로써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부산시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다는 정관 10조 규정 또한 사라졌다.
김 위원장은 이미 최근 막을 내린 칸국제영화제에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작품 선정을 위해 프랑스 칸에 방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아직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에는 '영화인 보이콧'이라는 과제가 버티고 있다. 돌아선 영화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풀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영화인들은 현재 올해 부산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불참 보이콧 선언을 한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이날 총회에서 "영화인들과 부산 시민단체들이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명분과 보장, 믿음을 줘야 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영화제가 개최되기 전에 시와 부산 시민단체들, 서울 영화인들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서 영화제가 기대하고 만족할 수 있는 정관을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9개 직능단체의 의견을 모아 보이콧을 결정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키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다.
영화인 비대위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에 "아직 저희끼리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불참 보이콧 철회에 관한 안건조차 공유되지 않은 단계다. 각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다음달 초는 돼야 입장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건넸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에 대한 영화계 분위기는 어떨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쪽으로 갈려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김동호 위원장이 왔으니, 일단은 올해 영화제를 치르고 천천히 변화를 지켜보자는 입장과, 김동호 위원장과는 별개로 독립성·자율성 보장을 위한 정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보이콧 철회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우리는 부산영화제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산시는 마치 김동호 조직위원장 내정에 동의한 것이 최선의 제스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보이콧 철회가 힘드리라 본다"고 지적했다.
침묵을 깨고 부산시를 비판하고 나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또 다른 도화선이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신중했던 영화계 분위기가 보이콧을 강경하게 지속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RELNEWS:right}
한 독립영화계 관계자는 "이용관 전 위원장은 부산시 생각보다 영화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영화계도 김동호 위원장이 내정되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부산영화제와 함께 해 왔던 이 전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음을 꼬집고, 영화제를 치르면 정관 개정이 또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으니 '보이콧을 유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