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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아관파천은 공짜가 아니었다'

    신간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사건 vs 사건)

    (사진=휴머니스트 제공)

     

    아관파천은 공짜가 아니었다.

    이정민: 어쨌든 베베르 공사의 배려라고도 할 수 있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러시아가 고종을 러시아공사관에 들였단 말이에요. 어떤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을까요?

    이원복: 베베르 공사는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조선 국왕이 자기 집에 머무르고 있으니, 품 안에 있는 왕한테 뭘 안 달라고 했겠어요? 채광권, 굴착권 등 별별 이권을 다 따갔어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겁니다.

    신병주: 러시아도 결국은 또 다른 제국주의 나라였죠.

    _ 본문 239~240쪽

    고려의 무신정권이 100년 동안 지속된 것과 달리, 일본의 사무라이 정권이 700년 가까이나 지속된 이유는 무엇인가? 1453년 같은 해에 일어난 수양대군의 계유정난과 메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한국사와 세계사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 조선·일본의 임진왜란과 프랑스·잉글랜드의 백년전쟁은 왜 장기전이 되었는가?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사건 vs 사건)은 한국사와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같은 제목의 KBS1라디오 프로그램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토요일 밤 10시 방송)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KBS 이정민 아나운서의 활기차고 균형 잡힌 진행으로,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한국사 연사)와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세계사 연사)이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입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베스트셀러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로 20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글로벌 시대의 문화 통역자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스페셜〉과 같은 역사 다큐멘터리의 자문뿐 아니라 〈역사저널 그날〉,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에서도 주요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책 속으로

    ◇ 독립운동가이자 동시에 식민 지배자였던 드골

    이원복: 네. 그런데 드골이 김구처럼 독립운동가이고 나치에 저항하는 저항운동가였지만, 김구와 다른 점이 있어요. 사실 프랑스는 일본보다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었고, 식민지에서 범죄도 많이 저질렀어요. 알제리 전쟁에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드골 대통령은 식민지에 대해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네덜란드 등 식민 지배를 했던 다른 나라들은 다 사과를 했어요. 드골은 프랑스 독립을 위해서 일한 독립운동가지만 다른 나라를 지배한 지배자이기도 합니다.

    _ 본문 273~274쪽

    ◇ 신라의 불교 vs 프랑크 왕국의 기독교

    이정민: 다시 신라로 돌아가서, 신라는 불교가 지배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처음에 어떻게 해서 불교를 받아들였나요?

    신병주:나라가 만들어질 때는 국가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 이념을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프랑크 왕국도 게르만족 중 가장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잖아요. 마찬가지로 삼국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불교의 수용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민간신앙을 믿었는데 불교라는 고등 종교가 들어오게 되면서 왕권을 강화해주는 요인이 되었어요. 그런데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서 불교 수용이 2세기 정도 늦었어요. 고구려와 백제는 4세기경에 불교를 수용했는데, 신라는 6세기가 되어서야 수용했어요. 귀족 세력이 심하게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_ 본문 49~50쪽

    ◇ 두 나라 무인정권의 성격 차이

    이원복: 고려 후기 무신정권의 집권은 국가 말기현상인 것 같아요. 군사정권이 들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가 혼란하다는 의미니까요.

    그런데 일본의 무사정권은 계급의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성격이 전혀 달라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라고 볼 수 있죠.

    이정민:고려는 무인정권이 100년 정도에서 끝나지만 일본은 700년 가까이 이어졌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_ 본문 74쪽

    ◇ 고대법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

    신병주: 함무라비 법전에 “의사가 수술하던 중 환자가 죽으면 의사의 손을 자른다”는 조항이 있는데, 무서워서 의사 못할 것 같아요. “건축가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서 주인이 죽으면 건축가를 사형에 처한다” 같은 조항은 우리 시대에 주는 메시지가 있어요.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죠. 1995년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는데, 그때 처벌 규정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처벌을 하지 못했어요. 고대법이 무척 잔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건축이나 의술 등 자기 분야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_ 본문 110~111쪽

    ◇ 농민의 성격이 달랐던 조선과 일본

    이원복: 제가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을 쓰려고 자료를 보다가 알게 된 게 일본군이 임진왜란 당시 가장 놀란 게 의병이었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전국시대에 100년이 넘게 영주들끼리 서로 땅따먹기 전쟁을 벌이면서 그런 광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영주들이 땅을 놓고 싸우지만 그 안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은 안 건드렸어요. 왜냐하면 땅을 빼앗으면 농민들도 자연스럽게 모두 자기 재산이 되니까요. 영주들이 직업군인들을 데리고 전쟁을 하고 있으면, 농민들은 옆에서 밭을 갈고 있었다고 해요. 농사짓고 있어야 할 농민들이 의병으로 나서니까 일본군들이 놀랄 수밖에 없는 거죠.

    _ 본문 175쪽

    ◇ 조선과 인도의 잔 다르크: 유관순 vs 락슈미바이

    이정민: 3·1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유관순 누나인데요, 어려서부터 ‘유관순 누나’라고 배워서 영원한 언니고 누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고 만세를 외치며 뛰어나가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당시 유관순이 몇 살이었죠?

    이원복: 지금 살아계시면 100세가 넘으셨겠지만 지금도 누나죠. 유관순 열사가 열아홉 살에 돌아가셨죠? 인도에도 비슷한 사람이 있어요. ‘락슈미바이’라고 하는 여인이 있는데, 왕족이에요. 이 여인이 어느 시골 왕에게 시집을 갔는데, 세포이 항쟁으로 스물한 살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항쟁의 지도자로 나서서 무장투쟁을 합니다. 인도의 잔 다르크라고 할 수 있는데, 스물세 살에 총을 맞고 죽습니다.

    _ 본문 254~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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