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대한항공은 ‘우승후보’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쟁쟁한 선수들을 보유한 데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까지 더해진 대한항공의 전력은 분명 우승을 노릴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V-리그 출범 이후 우승한 횟수는 ‘0’이다. 삼성화재가 8회 우승으로 독주했고,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이 2회 우승으로 뒤를 따랐다. 거의 매 시즌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듣는 대한항공은 단 한 번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웃지 못했다.
2010~2011시즌에는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들었다. 이후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삼성화재의 벽을 넘지 못하며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는 불운의 대표주자가 됐다.
더욱이 최근 두 시즌은 ‘막내’ OK저축은행의 무서운 성장에 밀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를 여럿 보유한 대한항공으로서는 ‘칼’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박기원 감독(가운데)은 V-리그 남자부 최고령 감독으로 돌아와 대한항공의 V-리그 첫 우승 도전을 이끌게 됐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박기원 감독의 마지막 도전, 대한항공은 당연한 선택거듭된 부진에 2015~2016시즌 도중 김종민 감독과 결별한 대한항공은 발 빠르게 차기 감독을 선임했다. 장광균 감독대행이 코치로 복귀하며 박기원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한항공의 지휘봉을 잡았다.
오랜 해외 생활 후 고국으로 돌아온 박기원 감독은 과거 LIG손해보험에서 V-리그에 도전했다 쓰라린 실패의 아픔을 맛본 경험이 있다. 제아무리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박 감독이었지만 오랜 해외 생활에 한국 배구의 최근 흐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LIG손해보험에서의 실패 이후 박기원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맡아 한국 배구에 적응했다.
그리고 선택한 대한항공 감독. 누군가는 ‘독이 든 성배’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분명한 기회’라고 했다. 박기원 감독은 “대한항공은 선수 구성이 좋은 팀이라 출발부터 유리한 조건”이라며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서웠다면 대한항공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한 자신감을 선보였다.
“우승을 쫓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는 박기원 감독은 “내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이다. 이 나이가 돼 언제 다시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맡을 수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베테랑 리베로 최부식(왼쪽)은 2000년 대한항공 입단 후 16년간 코트를 누비다 현역 은퇴와 동시에 친정팀의 코치를 맡았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선수단 변화는 최소로, 체질 개선은 최대로박기원 감독 체제의 대한항공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3명과 모두 재계약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레프트 곽승석을 잡았고, 베테랑 레프트 김학민과 센터 김철홍도 대한항공에 남았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는 V-리그 경험을 가진 미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를 뽑아 타 팀의 부러움도 받았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한 대한항공이지만 지난 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줄어든 리베로 최부식과 이별했다. 실업 시절이던 2000년부터 대한항공에서만 줄곧 활약했던 최부식은 정든 코트와 이별을 선택했다. 현역 생활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박기원 감독의 강력한 러브콜에 코치직을 수락했다.
대한항공은 박기원 감독 부임과 함께 영입한 네덜란드 출신 귀도 괴르첸 코치에 장광균, 최부식 코치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여기에 박기원 감독이 특별히 신경을 쓰는 피트니스 코치도 합류했다. 체조선수 출신의 황수진 씨가 선수들의 몸 관리를 전담한다. 여기에 의료진도 기존보다 보강해 선수들의 경기력 극대화에 힘쓸 예정이다.